1998년생 '쿵야' 26년간 '생명력' 유저인지도 넓혀
[메가경제=정호 기자]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캐릭터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갈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까지 활발하게 전개하던 팝업스토어를 비롯한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반면 넷마블은 '쿵야레스토랑즈'를 활용한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두 게임사의 전혀 다른 사업 방향성을 두고 결국 '장시간 이어진 캐릭터가 가진 파급력'이 주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게임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팬덤을 키우기 위한 두 게임사의 경력이 차이를 가른 것으로 정리된다. 각각 2021년, 1998년이라는 20여년 간의 캐릭터 사업 연혁이 팬덤 형성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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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구리는 엔씨소프트 '리니지' 속 등장 몬스터 '도둑 너구리'를 모티브로 삼아 제작됐다.[사진=엔씨소프트] |
도구리는 엔씨소프트가 제작한 MMORPG '리니지' 속 등장 몬스터 '도둑 너구리'를 모티브로 삼았다. 2021년 첫 공개된 도구리는 갓 입사한 '막내 사원'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사회 초년생들의 공감대를 자극했다.
이 매력을 내세워 도구리는 지난 2022년 팝업스토어를 마련했다. 당시 방문객 4만명이 방문했으며, 이후 편의점 CU와 협업해 제품 200만개를 판매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도구리는 홍대에서 팝업스토어를 마련하고 음반 발매 및 '2023 KBO 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kt 위즈와 다이노스 경기에서 시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쿵야는 양파, 양배추, 버섯 등 야채에 작은 팔과 다리를 달아 놓은 캐릭터다. 특히 '양파 쿵야'는 해맑은 표정과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대비되는 한치도 내다볼 수 없는 행동으로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1998년 만들어진 쿵야는 2001년과 2003년 서비스한 캐주얼 게임 캐치마인드와 야채부락리 등으로 저연령 유저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후로도 애니메이션 쿵야 레스토랑즈와 모바일 퍼즐게임 '머지 쿵야 아일랜드' 등으로 계속 이름을 알려왔다.
둘다 인기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올해 두 캐릭터를 바라보는 평가는 갈리고 있다. 도구리 관련 상품들은 온라인몰에서만 판매되지만 쿵야는 팝업스토어와 관련 협업이 꾸준히 이뤄지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3월경 돌연 팝업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사업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엔씨는 캐릭터 IP 사업을 완전히 철수하지 않았지만 도구리의 파급력을 높이는 시도를 이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배경에는 엔씨소프트의 실적 '보릿고개'가 밑바탕으로 깔린다. 엔씨는 올해 2분기에도 매출 3689억원, 영업이익 88억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비록 적자는 면했지만 각각 전년 대비 16%, 75% 줄어든 수치다. '도구리'를 활용한 사업을 멈춘 데에는 이런 악화된 시장 환경이 기반된 것으로 정리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아직 도구리 IP 사업을 철수한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는 멈춘 것은 많다"며 "이는 게임 본연의 집중하고 IT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 방향을 물색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반면 넷마블은 '쿵야 레스토랑즈'의 활동을 다각화할 조짐이다. 넷마블 콘텐츠 마케팅 자회사 엠엔비는 지난 4월에도 카카오프렌즈샵 홍대점에서 '콜라보 팝업스토어'를 오픈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 '켈리'와 콜라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2일에는 의류 브랜드 김씨네과일,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과 협업한 '의류 콜렉션'을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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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파 쿵야'는 해맑은 표정과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대비되는 한치도 내다볼 수 없는 행동으로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사진=넷마블] |
쿵야의 인지도가 높아진 배경은 팝업스토어의 흥행에서도 비결을 찾아볼 수 있다. 쿵야는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아트몰 아트리움에 '쿵야레스토랑즈 소원상점'을 운영하며 9일간 8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넷마블의 쿵야를 활용한 협업과 팝업스토어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배경에 대해서는 '장기간' 쌓인 인지도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캐릭터는 인지도를 확산을 위해 시간과 자금력을 필요로 하는 반면 오랫동안 게임과 애니메이션으로 노출된 캐릭터는 이미 '파급력'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실제로도 쿵야는 20여년간 꾸준히 게임과 미디어로 영향력을 키워 온 IP이며, 이후로도 '맑눈광'으로 인해 팬덤을 형성하는 등 꾸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지난 2014년 5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키덜트 시장의 규모가 2022년 1조6000억원 수준으로 3배가량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캐릭터를 보고 자라 온 세대가 캐릭터 시장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이는 게임사가 지향해야 할 한 가지 변화로도 볼 수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각은 장기적으로 키워야 할 사업으로 보지 않고 단기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며 "게임사 캐릭터 사업을 해외 사례를 찾아봤을 때 캐릭터에 치중된 게임들이 성공하는 사례가 있지만, 장르를 비롯한 게임성만 바라보는 국내 게임사들의 변화 필요성을 나타내는 한 가지 지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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