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성과급 이면에 '난방비 폭탄'...야권, 횡재세 도입 압박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이른바 '횡재세' 도입 논란을 겪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의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액이 10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최근 난방비 폭탄으로 서민 가계의 주름이 깊어진 반면, 역대급 호황을 누린 정유업계에서는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명암이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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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 연합뉴스] |
30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액은 570억 3700만 달러(약 73조 7400억 원)로, 종전 최대치인 2012년(532억 5100만 달러) 기록을 10년 만에 갈아치웠다.
수출액 증가율도 전년보다 71.2% 늘어 지난 2011년(64.2%)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지난해 정유업계 원유 수입액은 954억 5000만 달러로 집계돼, 같은 기간 수출을 통해 약 60%를 회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업계는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원유수입액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회수해 왔는데, 지난해 회수율이 역대 최대치로 나타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가무역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역대급 수출 실적의 원인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수급 차질이 꼽인다. 이에 따라 고유가가 지속되고 수출 단가도 상승한 데다, 펜데믹 이후 정유업계가 가동률을 최대(74.9%)로 끌어올린 전략까지 잘 맞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 단가는 전년 대비 약 53% 인상된 배럴당 121.1 달러로 나타났다. 석유제품 수출 단가에서 원유 도입 단가를 뺀 수출 채산성도 배럴당 18.5달러를 기록해 전년도(8.7달러)보다 두 배 이상 늘어 정유업계의 수출 체질 및 경영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EU의 대(對) 러시아 석유제품 수출 규제 확대, 중국 방역 완화에 따른 수요 증가 등 수출 긍정 여건과 글로벌 경제 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요 악화 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전망했다.
▲ 정유업계 연도별 수출액 및 수출물량 현황 [대한석유협회 제공] |
한편, 호황을 맞은 정유업계는 역대급 경영 실적을 거두면서 임직원에게 막대한 성과급을 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지난 27일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기본 연봉의 50%를 지급했고, 현대오일뱅크도 기본급 1000% 수준의 성과급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도 호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지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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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
반면에 최근 고유가로 가계 부담이 커진데다 겨울철 난방비가 예년보다 큰 폭으로 늘면서 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당초보다 하루 앞당긴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을 위해 의결된 예비비 1000억 원의 긴급 지출 안건을 재가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유례없는 한파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과 국민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신속히 내려진 재가"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야권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서둘러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린 국회 최고위원 회의에서 민생경제 회복을 강조하며 재차 횡재세 도입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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