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공정위·중기부·국민연금 전방위적 고강도 압박 백척간두
[메가경제=정진성 기자]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카카오그룹이 외부 준법감시기구를 설립하고 초대 위원장으로 여성 법조계 거물을 위촉해 준법경영 강화 카드를 제시하면서 현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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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 제주 사옥. [사진=카카오] |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정 의혹으로 법인과 그룹 수뇌부가 사법리스크에 빠져 있다. 더욱이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국민연금 등 다양한 정부부처와 기관들이 카카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3일 계열사들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이하 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여성 법률 대가인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카카오는 현 상황을 최고 비상 경영 단계로 인식하고, 위원회를 설립해 외부 통제까지 받아들이기로 선언한 상태다. 김소영 위원장은 카카오 계열사들의 준법 경영 실태를 세밀하게 점검하고,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하는 경영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
위원회는 카카오와 독립된 외부 조직으로 설립된다. 운영 규정에 따라 카카오 관계사의 주요 위험 요인 선정과 그에 대한 준법감시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단계에서부터 관여한다. 위원회는 최근 정부와 사법당국이 수사와 압박 수위를 높이는 과도한 관계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이용자 이익 저해,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한 감시 통제 등 카카오가 지적 받았던 여러 문제들에 대한 관리 감독과 능동적 조사 권한을 갖는다.
위원회는 개별 관계사의 준법감시와 내부통제 체계를 아우를 수 있는 강력한 집행기구 역할을 하게 되며, 추가 외부 인사 영입 등 조직을 갖춰 연내 공식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소영 위원장은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을 수석 합격했고 판사로 임관해 요직을 거친 후 2012년 대법관에 임명돼 2018년까지 임기를 마쳤다. 대법관으로 근무하면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내 법원 행정사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을 지냈고 역대 최연소이자 4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화려한 법관 경력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퇴직 후 법무법인 케이에이치엘(KHL)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22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 자리를 옮겨 재직 중이다. 올해 3월에는 삼성화재와 효성의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김소영 위원장은 "과거 사안에 대한 조사와 검토를 포함해 위원회의 독립적 권한을 인정하고 전사 차원의 지원을 다하겠다는 김범수 센터장의 각오를 들은 후 위원장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카카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기존 경영방식으로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점검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며 "나부터 '준법과 신뢰위원회'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들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선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현재 사면초가에 빠져 있는 양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달 26일 구속된 카카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해 투자전략실장 A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략투자부문장 B씨 등 3명과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사경은 지난 달 23일 김범수 센터장을 소환 조사한데 이어 추가 송치 의사를 확고히 해 그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1일 '민생 타운홀 미팅'에서 택시 사업을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관련해 "아주 낮은 가격으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정부의 제재 의사를 공언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경악한 카카오모빌리티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몸을 낮췄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3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도 들여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도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사 가맹택시에 승객 호출(콜)을 매칭하지 않고 차단한 혐의와 관련해 향후 전원회의를 열고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카카오 자회사 3곳의 스타트업들에 대한 기술 탈취 의혹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골프 사업을 하는 카카오VX는 경쟁사 '스마트스코어' 기술 탈취 의혹을, 카카오헬스케어는 경쟁사 '닥터다이어리' 서비스 도용 의혹을 받는다. 화물맨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술을 탈취해 화물 중개 서비스 '카카오T트럭커'를 출시하려 한다며 공정위와 중기부에 신고했다.
국민연금이 지난 1일 카카오와 카카오페이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것도 압박으로 작용되고 있다. '단순투자'는 의결권만 행사하지만, '일반투자'는 이사 선임 반대, 배당금 확대 제안,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의 주주로서 보다 적극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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