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별법' 적극 논의 약속, 보조금 투입 여부 불투명
[메가경제=신승민 기자] 정부가 내년까지 반도체 산업에 8조 8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 계획은 여전히 포함되지 않았다.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한국의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확대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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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 추진 상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까지 총 8조 8000억 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지원책에는 4조 70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이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개시했으며 산업은행에 2500억 원을 현금 출자해 내년까지 4조 3000억 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반도체 생태계 펀드’ 1호 투자가 올 8월에 승인됐으며, 내년까지 42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 반도체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4000억 원 증가한 1조 7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금융 지원에 3000억 원, R&D에 7000억 원, 인력 양성에 5000억 원, 사업화에 1000억 원이 각각 배정될 계획이다.
정부는 또한, 국가·공공부문에서 반도체 산업단지 인프라 지원을 위해 2조 4000억 원의 비용을 분담할 방침이다. 용인 국가산단을 관통하는 국도 45호선 확장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으며, 용수 공급 사업 비용은 수자원공사가 66.9%를 부담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국회에서 특별위원회 신설, 기본계획 수립, 세제 및 재정 인프라 지원 등의 내용발의된 ‘반도체 특별법’ 제정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계획이 실질적인 지원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8조 8000억 원의 절반이 대출 지원에 그치며, 반도체 산업의 핵심적인 지원 방식인 직접 보조금 투입이 빠졌기 때문이다.
류성원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 산업혁신팀장은 “지금까지 정부는 직접 보조금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며, “이번에 발표된 세부계획도 대출이 절반이라 사실상 직접 지원보다는 간접 지원을 늘리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반도체 특별법 제정 논의에 적극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특별법 마련이 직접 보조금 지원으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안’을 시작으로 총 6건의 반도체 특별법이 발의됐다. 이 중 일부는 보조금 지급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나, 다른 법안은 보조금 지급을 재량으로 두고 있으며 일부는 보조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는 등 내용이 다르다.
한경협은 지난 7일 ‘주요국 첨단산업 지원정책 비교 및 시사점’보고서를 발표하며 타 주요국이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그러나 한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특별대담에서 “우리도 미국 등 주요국처럼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 환급제도와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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