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미세혈관 허혈 위험…진단 체계 손질 필요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가슴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운동부하심전도검사를 적게 받는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혈관질환 위험 수준이 비슷해도 여성의 검사 가능성이 낮아, 진단 단계에서부터 성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따르면 유하영·박성미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국내 18개 심혈관센터 자료를 분석해 흉통 환자의 운동부하심전도검사 시행 실태와 성별 차이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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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하영·박성미 순환기내과 교수.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 여성 흉통 레지스트리에 등록된 환자 가운데 선택적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은 2517명을 분석했다. 전체 환자의 연령 중앙값은 64세였고, 여성 비중은 62.5%였다.
분석 결과, 관상동맥조영술 전 운동부하심전도검사를 받은 환자는 전체의 58.4%에 그쳤다. 침습적 검사에 앞서 비침습 기능검사를 먼저 활용하도록 권고되는 진료 흐름이 실제 현장에서는 충분히 지켜지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성별 차이는 더 뚜렷했다. 남성의 검사 시행률은 69.5%였지만 여성은 51.7%에 머물렀다. 심혈관질환 가능성이 중간 수준으로 평가된 환자군에서도 남성은 71.2%가 검사를 받은 반면 여성은 54.1%에 그쳤다.
나이와 기저질환, 생활습관 등 위험인자를 보정한 뒤에도 차이는 남았다. 여성은 남성보다 운동부하심전도검사를 받을 가능성이 약 40%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단순한 환자 특성 차이보다 진단 과정 자체에 성별 편차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흉통을 호소하는 여성 환자가 남성과 같은 수준의 위험도를 보여도 기능검사 단계에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운동부하심전도검사는 운동 중 심전도 변화를 통해 심장근육에 실제 허혈이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접근성이 높아 관상동맥조영술 전 선별검사로 활용된다.
문제는 여성에서 더 흔한 비폐쇄성 관상동맥 허혈이 진단 과정에서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관상동맥조영술에서 큰 혈관의 뚜렷한 협착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미세혈관 기능 이상으로 심장근육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른바 INOCA로 불리는 비폐쇄성 관상동맥 허혈은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흔하지만, 기능검사가 생략되면 단순히 ‘큰 혈관에 이상 없음’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추가 검사와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실제 연구에서는 관상동맥이 50% 이상 좁아진 폐쇄성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운동부하심전도검사 시행률이 48.4%로 나타났다. 유의한 협착이 없던 환자의 검사율 65.3%보다 오히려 낮았다.
전체 환자 가운데 폐쇄성 관상동맥질환이 확인된 비율은 40.8%였다. 연구팀은 검사 시행 여부가 실제 혈관 상태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도 진료 과정 개선이 필요한 대목으로 봤다.
이번 연구는 여성 흉통 환자의 검사 접근성이 낮다는 사실을 대규모 다기관 자료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성별과 위험도에 따라 기능검사를 빠뜨리지 않도록 진료 경로를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연구팀은 “여성 환자는 남성과 비슷한 위험도를 보여도 운동부하심전도검사를 받을 가능성이 낮았고, 이 차이는 여러 임상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며 “비침습 기능검사가 생략되면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흔한 미세혈관 허혈을 놓칠 수 있어 진단 과정의 성별 편차를 줄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간 위험군과 여성 흉통 환자에서 기능검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진료 흐름을 정비하면 불필요한 침습검사를 줄이고 숨은 허혈을 조기에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미국심장학회 공식 국제학술지 ‘JACC: Asia’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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