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0억 부과...법인 고발
한국타이어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준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물고 검찰 고발됐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두 아들은 이 회사에서 100억 원대의 배당금까지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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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외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제공] |
공정위는 한국타이어그룹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몰드를 고가로 구매한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80억 원을 부과하고 한국타이어를 고발했다고 8일 밝혔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약 4년간 원가가 과다 계상된 가격산정방식을 통해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한국프리시전웍스(MKT)를 지원했다.
이에 따라 외형상 매출이익률 25%(판관비 10%, 이윤 15%)를 반영하면서도 단가 산정 시 제조원가를 실제 원가보다 부풀려 반영해 실제로는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실현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MKT의 경영성과가 부당하게 개선되고 국내 몰드 제조시장에서의 경쟁상 지위가 유지·강화되는 등 거래의 공정성이 저해됐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또 이 회사의 주주인 그룹 총수 일가는 상당한 배당금 등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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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가 과다계상 구조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타이어몰드를 장기간 납품해온 MKT의 인수를 2009년 7월부터 추진했다. 이후 한국타이어 50.1%, 조현범 29.9%, 조현식 20.0% 지분의 MKT홀딩스를 설립해 인수하는 방법으로 MKT를 2011년 10월 31일 한국타이어 그룹 계열사로 편입했다.
한국타이어는 MKT 계열 편입 직후부터 지난 2013년까지 기존 단가 체계를 유지한 채 거래물량을 늘렸다. 이로 인해 인수 이전보다 크게 영업실적이 개선됐다.
MKT의 이 같은 영업실적은 한국타이어가 비계열사에 대한 발주물량을 MKT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달성된 것이다. 이에 발주물량이 감소한 비계열사들의 불만이 커져갔다.
이로써 한국타이어는 MKT의 이익 보전을 위한 새로운 타이어몰드 구매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이 상황에서 비계열사에 대한 발주 비중을 다소 늘리는 한편 타이어몰드의 가격 변별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원가 부풀리기 방식으로 MKT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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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연합뉴스 |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2년부터 제작 난이도·인치 별로 몰드 가격을 세분화하는 단가 정책 수립을 추진했다. 이어 2014년 2월 MKT가 매년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시행했다.
한국타이어는 MKT로부터 매입하는 몰드에 대해 판관비 10%와 이윤 15%를 보장했는데(판매단가 기준 25% Mark-up 방식) 이는 동종업계는 물론 기존에 한국타이어 자신도 활용하지 않던 이례적인 방식이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또 한국타이어는 단가표상 제조원가를 실제 제조원가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하고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목표 매출이익률 40% 이상이 실현되도록 새 단가표를 설계했다.
아울러 한국타이어는 새 단가표 적용으로 가격인상 폭이 큰 유형의 몰드는 주로 MKT에 발주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작은 몰드는 비계열사에 발주하는 발주정책도 함께 구상했다.
이 같은 거래조건은 한국타이어가 자체 조사한 경쟁사의 가격보다 약 15% 높았다. 옛 단가를 적용한 것보다 매출액이 16.3% 증가하는 등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었다.
한국타이어는 과도한 가격 인상 부담을 인지하고서도 MKT 인수에 따른 차입금 상환과 영업이익 보전을 위해 장기간 이를 지원했다.
이 행위로 MKT는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매출액 875억 2000만 원, 매출이익 370억 2000만 원, 영업이익 323억 7000억 원을 실현했다.
이에 더해 경영성과가 크게 개선되는 등 경쟁 조건이 부당하게 높아지면서 국내 몰드 제조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강화할 수 있었고,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도 훼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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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KT의 몰드 매출 내역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결과적으로 MKT가 부당하게 챙긴 이익은 MKT 인수 시 발생한 차입금 상환과 MKT 주주인 총수 일가에게 지급된 배당금의 원천이 됐다.
MKT는 지난 2015년까지 MKT홀딩스 합병 시 인수한 잔여 차입금 348억 5000만 원 상환을 완료했다. 이후 2016년~2017년 조현범‧조현식에게 총 108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공정위는 한국타이어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향후 금지명령과 총 80억 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한국타이어에 핵심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를 수직계열화하는 과정에 특수관계인이 상당한 지분을 취득한 후 그 계열사에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부당내부거래를 제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정위는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계열회사를 지원하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지속해서 감시하고 위반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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