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모션‧제품군 미흡 지적..."새로 위주 마케팅 집중한 영향"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새로'와 '크러시' 등을 앞세운 롯데주류가 가정용 시장에서 존재감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올해로 출시 10년을 맞는 클라우드마저 국내 맥주 브랜드 중 사실상 꼴찌라는 오명을 입은 가운데, 롯데주류의 제품군과 프로모션 미흡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맥주 제조사 소매점 점유율 4위에 머물러 국내 제조사 중 가장 낮은 순위에 그쳤다. 소주 점유율에서는 처음처럼의 활약으로 2위를 기록했으나 1위인 하이트진로와 3배가량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새로는 순위권 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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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파의 카리나를 모델로 내세운 롯데주류 '크러시' 광고 포스터 [이미지=롯데칠성음료] |
소매점 점유율은 대형할인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 등 매출을 기준으로 조사되며 소비자가 가정에서 소비하는 제조사의 동향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소매점의 맥주 총매출은 전년도보다 4.99% 줄어든 3조 9297억원을 기록했으며, 소주 총매출은 2조 3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5.39% 감소했다.
이 가운데 롯데주류 맥주는 1794억원 매출로 소매시장 점유율 4위(4.56%)에 머물렀다. 이는 1위(46.75%)인 오비맥주 1조 8369억원과 10배 이상 차이 나는 결과다.
더욱이 일본 아사히맥주를 수입하는 계열사 롯데아사히주류 매출 2020억원 3위(5.14%)에도 밀려, 국내 주요 제조사 중 사실상 '꼴찌'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롯데주류의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는 지난 2014년 출시돼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올해 24.83% 하락한 1674억원 매출로 전체 맥주 브랜드 점유율 중 6위에 머물렀다. 1위인 오비맥주 카스(1조 5172억원)와는 약 10배의 격차를 보였다.
10위권 내 클라우드 밑으로는 칭따오(1131억원), 하이네켄(1087억원), 하이트(929억원), 버드와이저(916억원)가 뒤를 이었다. 롯데주류가 지난해 11월 론칭한 맥주 크러시는 출시 2달여밖에 안 된 탓인지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회사 역량이 제한돼 있다 보니 지난해 새로에 마케팅과 영업활동을 집중하며 맥주 점유율 하락에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신제품 크러시 출시를 통해 맥주 제품군에도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설 명절 이후 캔 제품 확대 등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맥주 가정시장에서 롯데주류의 10배를 웃도는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오비맥주는 끊임없는 연구와 디자인 개선 등을 비결로 꼽았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늘 술맛을 더 향상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며 "지난 2021년에는 카스 패키지를 '올 뉴 카스'로 리뉴얼하며 투명 병으로 바꾸는 등 디자인적으로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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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맥주, 소주 제조사 및 브랜드 소매점 점유율 [자료=식품산업통계정보] |
반면 소매점 소주 점유율에서 롯데주류는 매출 4000억원의 처음처럼을 등에 업고 제조사와 브랜드 점유율 모두 2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다만 처음처럼 매출이 1위 참이슬(1조 1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인 데다, 출시 1년 4개월이 넘은 무가당 소주 새로가 여전히 브랜드 점유율 10위권 내로 진입하지 못했다.
이에 새로가 유흥시장에서 거둔 성적과 달리 가정용으로는 자리 잡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는 지난 2022년 9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병을 돌파한 바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새로의 가정시장 점유율에 대해 "새로를 구매하는 주 소비자층이 아무래도 편의점‧마트 등에서 구매해 집에서 마시기보다는 외식 도중 이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롯데주류의 부진한 소매점 점유율에 대해 빈약한 제품군과 프로모션의 부재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주류 업계 컨설팅 전문가인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등은 제품군이 많다, 유통업계에서는 제조사에서 시리즈로 행사를 걸어주길 원하는데 롯데주류는 이 점에서 경쟁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 설명에 따르면 마트‧슈퍼 등에서 제대로 행사를 진행하려면 시음 사원을 운영해야 하지만, 롯데주류는 제품군이 부족해 비용 효율을 내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그는 제품군이 적어 대표 제품을 할인 행사할 때 다른 제품에서 수익률을 충당하지 못해 과감한 투자가 어렵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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