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C커머스 포화 '설상가상' 11번가, 노조 "SK스퀘어, 투자 나서라"

유통·MICE / 정호 기자 / 2024-05-07 16:46:06
가격 후려치기에도 구매자 없는 악조건 속 '살아남기' 급급
"적자 거듭 상황에서 외부 수혈 없어, 결국 한계 찾아올 것"

[메가경제=정호 기자] 오픈마켓 11번가 노동조합이 적자 폭이 커지고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알리·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포화가 쏟아지는 가운데 모회사인 SK스퀘어에 투자 단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7일 11번가 노조원들은 서울 중구 을지로 SKT 본사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악화되는 경영 상황과 선뜻 새로운 투자자가 나서지 않은 악조건 속에서 "11번가 정상화를 위해 즉각 투자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 <11번가 노동조합이 7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 SKT 본사 앞에서 즉각 투자를 실시하라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정호 기자>

 

11번가 사측 관계자는 "투자와 관련해 매각을 진행 중인 투자사 권한이므로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11번가는 현재 최대 주주인 SK스퀘어가 지난해 콜옵션을 포기하며 강제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SK스퀘어는 2018년 크기를 키우던 쿠팡과 전면전에 나서기 위해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에이치앤큐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콘소시엄의 투자금 5000억원을 유치했다. 투자 조건은 기업공개(IPO)에 실패했을 때 보유 지분 18.18%를 SK스퀘어가 되사는 '콜옵션'이었다.

 

문제는 SK스퀘어가 지난해 콜옵션 권리 행사를 포기하며 불거졌다. 나일홀딩스는 11번가의 나머지 지분 80%까지 동시에 매각할 수 있는 조건(드래그얼롱)에 따라 매각 권리를 얻게 됐다. 

 

하지만 나일홍딩스가 당시 국내에서 2위 e커머스였던 11번가에 대해 '가격 후려치기'를 해도 선뜻 구매자가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11번가의 기업가치는 FI(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할 때 매겨진 2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5분의 1도 안되는 5000억원 수준이다.

 

나일홀딩스는 헐값으로 떨어진 11번가를 두고 알리익스프레스 운영사 알리바바와 티몬·위메프·인터파크 등을 운영 중인 큐텐에 인수 의향을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알리바바와 큐텐은 11번가 인수를 검토했지만 자체적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 진입한 이상 11번가를 인수할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국 11번가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올해 초 '2025년 실적 턴어라운드'는 목표를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올해 11번가는 ▲판매자 성장 ▲가격 ▲트래픽 ▲배송 ▲AI 등 5개의 신규 '싱글스레드(Single Thread, 이하 ST)' 조직 등의 계획을 소개했다. e커머스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자체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한잔’을 6월 3일부로 정리할 예정이다. 

 

서비스 출시 약 1년 6개월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머니한잔은 카드사, 은행, 금융투자, 간편결제 등 금융권과 핀테크 업체에서 제공되는 페이와 포인트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11번가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업 종료는 성과나 수익성과는 별개로 11번가의 본질적인 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결정이다"라며 "본연의 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해, 더욱 치열해지는 e커머스 경쟁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실에 주력하는 11번가지만 외부 전망을 봤을 때는 흑자 전환 전망이 더욱 어둡다. 'C(China) 커머스'로 불리는 중국산 e커머스의 초저가 물량 공세에 밀리는 상황이다. 11번가는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사이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4월 종합몰앱 한국 이용자 수 순위에서 중국 e커머스 알리, 테무 등에 밀려 4위로 밀려난 상태다.

 

마찬가지로 토종 e커머스이자 경쟁사 G마켓은 고객을 '록인'하기 위해 1000억원을 들이붓는 상황이다. G마켓의 비용은 ▲할인쿠폰, 카드 할인 등 700억원 ▲멤버십 혜택 강화 100억원 ▲고객 참여형 이벤트 등 마케팅 비용 200억원 등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1번가가 내실을 점검하며 흑자전환을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면서도 적자가 거듭된 상황에서 외부수혈 없이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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