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후 주춤한 실적에 승부수, "전통주 회사로서 교류 중"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국순당이 세계적인 모델 겸 인플루언서 켄달 제너의 '818 데킬라'를 한국 시장에 들여오며 기존 전통주 기업 이미지 쇄신과 활로 찾기를 모색하고 있다.
818 데킬라의 국내 첫 론칭을 기념해 2030 세대 쇼핑 성지로 불리는 더 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가 열린 가운데, 국순당이 위축된 실적을 새 고객층 유입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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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현대 서울 지하 1층의 818 데킬라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김형규 기자] |
기자는 행사 첫날이었던 지난 23일 818 데킬라 팝업 현장을 찾았다. 인파가 비교적 적을 것으로 예상된 저녁 시간대였음에도 방문객이 많아 이미 대기 순번이 밀려 있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팝업 매장이 문을 여는 오전 10시 반에 맞춰 미리 줄을 서는 '오픈런' 방문객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리 넓지 않은 매장은 메인 공간이 되는 칵테일 바와 스탠딩 테이블 등의 시음 공간, 구매 코너 등 세 구역으로 구분돼 있었다.
방문객은 818 데킬라로 제조한 칵테일을 현장에서 시음해볼 수 있었다. 바로 옆 구매 코너에서는 제품 결제 시 즉석에서 818 데킬라 병에 원하는 문구를 각인해주는 서비스도 진행 중이었다.
칵테일을 통해 818 데킬라의 맛을 간접 체험할 수는 있었으나, 백화점이라는 현장 환경 특성상 상온의 원액만을 맛보는 '니트'로 제공되진 않아 다소 아쉬웠다.
팝업에서는 818데킬라가 생산하는 '블랑코(Blanco)', '레포사도(Reposado)', '아네호(Anejo)' 총 3개 대표 제품군을 모두 판매하고 있었으며 가격대는 각각 10만원, 12만 5000원, 19만 5000원이다. 블랑코는 3주, 레포사도는 4개월, 아네호는 1년의 숙성 기간을 거친 제품이다.
이와 함께 1~8년 숙성된 원액들을 블렌딩한 '에잇리저브(8 Reserve)' 제품은 60만원대로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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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818 데킬라의 '블랑코 '레포사도' '아네호' '에잇리저브'와 각인 서비스를 진행 중인 행사 현장의 모습 [사진=김형규 기자] |
방문객 중에는 더 현대 서울을 찾은 일반 고객들을 비롯해 유행에 민감한 SNS 인플루언서들도 다수 포함됐다.
창립자 켄달 제너가 헐리우드 '이슈메이커'로 통하는 유명인인 만큼, 818 데킬라의 수입 이전부터 해당 브랜드를 이미 알고 SNS를 통해 팔로우 중이었다는 방문객이 많았다. 다만 방문객 사이에서는 미국 현지보다 가격책정이 다소 비싸다는 반응도 들려왔다.
이날 팝업 매장을 찾은 방문객 A씨는 "평소 켄달 제너를 좋아해서 818 데킬라 수입을 기다려왔다"며 "미국에서는 50달러대 내외로 구매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전 제품의 국내 가격이 10만원대를 넘어 비싸다고 느껴졌다. 다만 켄달 제너의 명성과 브랜드 가치 등을 고려하면 지불할 만한 금액이라고 생각해 구매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가격책정과 관련해 팝업 현장 관계자는 "관세가 많이 적용돼 가격 상승이 불가피했으나 최대한 합리적인 선에서 맞추기 위해 세 제품 모두 10만원대를 벗어나지 않도록 신경썼다"며 "대신 현장 구매 시 제공되는 모자 등 굿즈의 만족도가 높고, 각인 서비스의 경우 구매자의 90% 이상이 선택할 만큼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818 데킬라는 세계적인 모델이자 인플루언서인 켄달 제너가 지난 2021년에 출시한 프리미엄 데킬라 브랜드다. 숫자 818은 켄달 제너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인 로스앤젤레스 산 페르난도 밸리에 있는 '칼라바사스(Calabasas)'의 지역 번호다.
켄달 제너는 14살 때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의 연인인 영화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함께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억 9000만 명에 달하는 등 전 세계에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는 전통주 외에는 수입 와인 사업만을 이어가던 국순당이 데킬라를 국내에 들여온 목적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데킬라는 최근 세계 고급 주류 시장에서 2030 세대 사이 급부상 중인 주종이다. 국순당이 이를 통해 엔데믹 이후 주춤한 실적에 활로를 개척하려 한다는 게 주류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순당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 537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액은 5.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40.4%나 급감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위스키 등에 쏠렸던 세계적인 수요가 엔데믹 이후 다른 고도수 증류주로도 확대되자 데킬라는 주류업계에서 떠오르는 유망주로 불리고 있다.
국제 주류연구기관 IWSR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오는 2026년까지의 데킬라 주종 연평균 성장률은 7%로 전망된다. 이는 전 세계 증류주의 연평균 성장률인 2%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국내 시장 데킬라 수요 역시 이에 맞춰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데킬라 수입액은 587만달러(약 78억원)으로 전년도 299만달러(약 40억원)의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648만달러(약 86억원)를 기록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818 데킬라 수입과 관련해 "한국의 전통주 기업으로서 해외 주류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국순당이 직접 주류를 제조하는 오랜 업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해외의 주류 업체들도 굉장히 좋은 반응을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파트너사와 인연이 돼 해외 주류의 문화‧방식 등을 국내 전통주에 도입하기도 하는 등 교류하는 데에도 목적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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