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캐스팅보트 소액주주들 손으로

재계 / 이동훈 / 2024-02-27 17:13:02
배당금 5천원 더 주겠다, 고려아연 소액주주 공략
고려아연-한화-현대차-LG 동맹 VS 영풍, 격돌 예고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소액주주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때 분쟁에서 불리했던 최윤범 회장 측이 한화, 현대차, LG와 연계한 배터리동맹으로 지분율 싸움에서 근소하게 앞서자 장형진 고문 측이 소액주주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면서 내달 19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공방은 더 격화되는 모양새다.

고려아연은 매년 조 단위 매출, 수천억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영풍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해 왔다. 2020년 고려아연 매출은 영풍그룹 전체 매출 가운데 76.8%를 차지했다.

 

▲ 고려아연, 영풍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캐시카우이다. [사진=고려아연] 

 

27일 복수의 고려아연 소액주주들과 메가경제 취재결과에 따르면 최근 영풍 측 사람들이 고려아연 소액주주들의 집을 방문해 배당 시 5000원을 더 주겠다면서 보유 지분을 팔 것을 제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주식 종목토론방에도 비슷한 경험담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는 내달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최대주주인 영풍(장씨)과 고려아연(최씨)이 소액주주 등을 대상으로 의결권 있는 우호지분 확보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풍 측은 결산 배당을 올려야 한다며 소액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도 "영풍 측은 의결권 대행사로 컨설팅 회사인 케이디엠메가홀딩스 등을 내세워 지난주부터 고려아연 주주들을 포섭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2차 전지 소재를 포함한 신사업으로 인해 파생될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려아연을 둘러싼 지분율(우호지분 추정치 포함)는 최씨와 장씨 측이 각각 33.2%와 32%다. 여기에 국민연금(8.5%) 소액주주(26.3%) 등으로 나뉜다.


◆ 고려아연 둘러싼 양가 분쟁 단초는?

영풍그룹은 같은 황해도 봉산 출신이던 고 장병희, 고 최기호 창업주들이 해방 이후 남한으로 내려와 1949년 11월 함께 설립했던 영풍기업사에서 출발했다. 양가는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9년 당시 경영일선에 있던 장형진 회장(현재 영풍그룹 고문)이 서린상사가 보유 중이던 사실상 그룹 지주사인 영풍 지분 10.36%를 약 1330억 원에 매입, 장씨 일가가 영풍의 지분율(법인 제외)을 29.29%로 최씨 일가를 14.04%를 압도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에 최씨 일가는 인터플렉스 등 장씨가 지배하는 계열사 지분 다수를 팔면서 자금을 비축하며 때를 기다렸던 것으로 포착된다.


◆ 최윤범 회장의 반격카드, 배터리 동맹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양가가 본격적으로 맞붙은 것은 2022년 8월 8일, 한화그룹이 4700억원을 투자해 국내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의 지분 5%를 인수하면서 경영권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같은 달 30일,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사업 제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과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 이외에 고려아연의 지분 5%를 인수하기로 했다.

동맹의 중심에는 최 회장의 재계 인맥 그리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자리했다. 같은 해 11월 23일, 고려아연은 LG화학, ㈜한화와 각각 2567억원, 1568억원 규모의 자사주 맞교환을 실시했다. 최 회장의 배터리 동맹이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이다. 이를 계기로 최 회장 측이 장씨 측 지분을 넘어섰다고 일각에서는 주장한다.

최 회장이 배터리 동맹을 내세워 한화, 현대차, LG와 연대하기 이전으로 돌아가 지분을 살펴보면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지주회사이자 장씨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영풍이 26.11%를 보유했다. 여기에 장씨 일가는 고려아연 지분(6.56%)도 갖고 있다. 따라서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총 지분율은 32.66%다. 하지만 최 회장과 특수 관계인들의 지분율은 16.98%에 불과했다.

고려아연 한화, LG, 현대차그룹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동맹 상황에서 지분율을 보면 한화는 8.85%, 현대차그룹 5%, LG화학은 1.2%, 투자사인 트라피구라 (1.55%) 등이다. 이들 지분을 합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3.58%, 증권가 측은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 희석을 고려하면 32.12%로 보고 있다. 즉 최씨 일가 지분율이 장씨 일가 지분율 31.02%(유상증사 따른 지분율 희석)를 넘어선 것이다. 게다가 고려아연 8.28%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2012년, 2014년, 2022년 장 고문 이사선임의 건에 반대한 이력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지배력 확대를 노리고 이번 동맹을 추진했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확실한 매출처를 확보함과 동시에 지분율을 늘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짰다"고 평가했다.



◆ 소액주주들의 선택, 경영권 분쟁의 승패 결정할 것

고려아연(최씨)은 승기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이제 영풍의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 이에 영풍이 반발하면서 분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1주당 5000원의 결산배당 승인과 신주인수권 및 일반공모증자 정관 변경 등의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풍은 이사회 이튿날인 20일 즉각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은 지난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 등으로 기업가치와 일반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 고려아연 주주들은 주가 하락, 지분가치 희석, 배당금 감소의 삼중고를 겪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재계에서는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윤범 회장의 이사회 임기가 동시에 만료되면서 재선임 안건이 상정된 점에 주목한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겉으로 볼 땐 배당금이라는 주주환원을 둔 갈등 같지만 실제로는 두 회사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전초전에 가깝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주주 명부를 보면, 현재 장 고문 측으로서는 소액주주들이 갖고 있는 표(26.3%)를 최대한 끌어와야 승산이 있다. 양 측이 소액주주 표심의 향방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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