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수입 의존하는 맥아, 다른 수입업체 통해 들여와
[메가경제=정호 기자] 오비맥주의 한 직원이 맥주 원료인 맥아 수입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 관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회사 차원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오비맥주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임원급 관여 여부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안광현)는 지난 5월 20일 오비맥주 구매 담당 직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관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 |
▲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오비맥주의 카스.[사진=메가경제] |
해당 직원은 수년간 맥아 수입물량을 조작해 사전 승인된 할당량을 초과한 물량에 대한 고율 관세를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아는 국내 맥주 제조의 핵심 원재료로,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이며 정해진 물량에 한해 관세 인하 혜택(30%)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초과 물량에는 최대 269%에 이르는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검찰과 관세청은 오비맥주가 이 같은 초과 물량을 제3의 수입업체를 통해 우회 수입하면서 수백억 원 규모의 관세를 포탈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말까지 이 같은 행위를 조사하고, 올해 초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후 검찰은 3월 오비맥주 본사를 압수수색했으며, 구속된 직원을 제외한 임원진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을 두고 오비맥주의 위법적 수입 관행이 장기간 이어져 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사 사례로는 이미 타 주류 업체들이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례도 있어, 단순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백억 원대의 관세 포탈을 단독으로 실행하기는 어렵고, 다른 수입업체를 이용한 정황 등을 볼 때 조직적 공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오비맥주가 오랜 기간 위법적 수입 방식을 관행적으로 이어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현재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며, 법적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오비맥주는 세계 최대 주류 기업 AB인베브(AB InBev)의 한국법인으로, 최고경영자인 벤 베르하르트(한국명 배하준) 대표를 포함한 다수의 임원이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감사 역할을 맡고 있는 김용준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 경영진이어서, 이번 사건의 책임소재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