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국토부, 지자체와 사업자 선정 부정행위 합동조사 정례화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에서 발주한 시설 공사나 용역사업자의 입찰 과정에서 들러리를 세워 가격을 담합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 정부는 만성적 생활밀착형 불공정 분야로 꼽히는 아파트 유지보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입찰담합을 막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
공정거래위원회는 송파 헬리오시티아파트 출입보안 시설 설치공사 등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 들러리 및 투찰 가격을 담합한 아파트너, 슈프리마 등의 10개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9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3월에 26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에 대한 집중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전용 플랫폼업체 아파트너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국내 최대 규모(총 9510가구)의 아파트인 송파 헬리오시티에서 발주한 ‘출입 보안시설 납품 및 설치업체 선정’ 입찰에 참여하면서 통합보안 솔루션업체 ‘슈프리마’를 들러리로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헬리오시티는 2019년 12월과 2020년 10월에 ‘안면인식기 등 납품 및 설치업체 선정 입찰’을 각각 진행했다.
입찰 과정에서 아파트너는 업무협약 파트너인 슈프리마에게 들러리로 참여할 것을 요청했고, 결국 각 3억 2600만 원과 2000만 원을 투찰해 낙찰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2020년 11월 안면인식기 등을 추가 설치하는 공사의 입찰에서는 투찰금액(4346만 원)이 최저금액(3690만 원)을 투찰한 업체보다 높아 떨어졌다.
▲ 헬리오시티 아파트에 설치된 출입 보안시설 [출처=공정거래위원회] |
이후 낙찰업체는 안면인식기 설치에 필수적인 기존 입주민 정보 연동작업을 위해 아파트너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당하고 끝내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헬리오시티 관리사무소는 이듬해인 2021년 1월 입찰 재공고 과정에서 아파트너와 ‘제품공급 및 기술지원협약서’를 체결하면서 연동작업에 대한 기술지원비 명목으로 2500만 원을 보장해주는 내용도 넣었다.
아파트너는 재입찰에 참여하고자 했으나 정보통신공사업자 등록이 돼 있지 않아 입찰자격을 갖추지 못했고, 최종 낙찰받은 제3의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실제 공사를 수행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공사 금액은 첫 낙찰가인 3690만 원에서 4346만 원으로 늘어났고, 증액된 비용은 아파트 주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발주된 추가 공사에서 선행 공사로 얻은 기득권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입찰 초기에 저가로 수주한 뒤 추가 공사가 발주되면 선행 공사로 얻게 된 기득권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취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또 아파트 발주 입찰의 경우 비록 민간입찰이라 하더라도 비용 부담의 주체(입주민)와 계약 주체(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가 달라 입주민이 자신의 피해를 인식하기 어려운 만큼 담합 제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발주처가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공공기관보다 중대성을 약하게 평가한다.
공정위는 아파트너와 슈프리마에 과징금 200만 원과 500만 원을 각각 부과하기로 했다.
아파트너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과징금을 적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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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 |
또 공정위는 인천 만수주공4단지 등 아파트 열병합 발전기 정비공사, 청주리버파크자이아파트 알뜰장터 등 입찰담합 건도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에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담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공정위와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매년 3·10월 정례적으로 사업자 선정 부정행위에 대해 합동조사에 나선다.
입찰방해·배임죄 혐의가 확인된 경우에는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기로 했다.
아파트 관리비는 노후화와 편의시설 확충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공동주택 관리비와 발주 공사·용역 계약 규모는 각각 22조9천억원, 7조7천억원에 달했다.
국토부는 유사한 아파트 간 공사비 비교 검색 기능을 추가하는 등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도 개선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국토부와 함께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담합업체에 대한 입찰 참여 제한 조치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입주민 스스로 부정행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관리비의 부당한 인상을 막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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