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무비] '방가 방가'는 여전히 운다, 사각 지대의 '외노자'

칼럼 / 이동훈 / 2024-09-09 16:00:56
외국인 노동자 100만 명 시대
불안정 고용·위험 작업 내몰려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2010년, ‘방가’는 웃었다.


김인권(방태식/방가 역) 주연의 영화 ‘방가? 방가!’는 코믹한 외피 속에 이주 노동자들의 어려운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속 방가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며 겪는 어려움과 차별을 유쾌하게 그려냈지만, 동시에 이주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묵직하게 표현했다는 평가이다. 

 

▲ 영화 '방가? 방가!' 포스터 [자료=네이버 영화]


그리고 14년 후, 우리는 영화 속 이야기가 단순한 허구가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지난 6월24일 경기도 화성시 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는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안전 문제를 다시 한번 극명하게 보여줬다.

사망자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였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이주 노동자들을 얼마나 소홀히 대하고 있는지 알린 비극이다.

9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외국인 노동자는 92만3000명으로, 취업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노동자 다수는 국내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위험하고 힘든 직업에 투입되기에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812명 중 외국인은 85명으로 10.5%에 이른다. 국내 전체 취업자중 외국인 비율은 3.2%임을 감안하면 높은 사망률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의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의 여러 시스템에서 소외되고 차별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 그리고 불안정한 고용 환경은 이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화성 공장 화재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데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 영화 '방가? 방가!'에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김정태(왼쪽)와 김인권. [자료=네이버 영화]

영화 ‘방가? 방가!’가 개봉했던 2010년, 우리 사회는 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영화는 이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24년 9월 9일, 지금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식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화성 공장 화재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숙제를 던진다. 그들을 단순한 노동력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이들이 안전하고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이것은 오늘의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2024년 ‘방가’는 울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눈물은 헛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방가’의 눈물을 통해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2010년 영화 ‘방가’처럼 웃음으로 끝맺는 엔딩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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