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추진해 온 사회성과인센티브(SPC)가 국제 사회적기업 네트워크와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를 통해 해외에 소개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과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은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에코시스템 리더십 익스체인지(ELE)'를 개최한다. SEWF가 새로 마련한 프로그램의 첫 개최지이자 학습 대상국으로 한국이 선정됐다.
| ▲ 최태원 회장. |
SEWF는 2008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출범한 사회적 기업 분야 글로벌 네트워크다. 지난해 타이베이 연례 포럼에는 65개국 1000여 명이 참석했다.
ELE는 사회적 가치 보상 체계, 사회적경제 정책과 입법, 민간 참여·투자, 국가 단위 생태계 구축 등을 주제로 5일간 진행된다. 참가자는 국회와 공공기관, 기업·재단 등을 방문하며 한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직접 살펴본다.
이번 행사에는 정책·사회적 금융·기업 조달·사회적기업 분야 선임 리더 40명이 참여한다. 스코틀랜드 기업부 장관, 영국 성과기반보상 정책 전문가, 말레이시아 정부 부처, 싱가포르 테마섹재단, 호주·캐나다·미국 비영리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공동 주관기관은 CSES 외에 행정안전부 사회연대경제국, 국회 사회혁신포럼,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현대차정몽구재단, MYSC,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 협의회, 에이아이웍스, 닷 등이다.
SEWF와 CSES는 이번 행사에 맞춰 공동 보고서 『하이브리드 생태계의 설계: 한국의 경험과 국제 교훈(Building Hybrid Ecosystems: Korea’s Experience and Global Lessons)』도 발간했다.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적기업 생태계의 발전 과정을 분석하고, 한국을 완성된 성공 모델이 아니라 새로운 정책과 시장 메커니즘을 지속 시험하는 '살아있는 실험실'로 규정했다.
최 회장은 12일 오전 ELE 첫 세션 연설에서 기존 기업의 사회공헌(CSR)이 예산 투입과 홍보 중심으로 운영돼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는 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복도시락, 행복나래, 사회적기업 MBA, 사회적가치연구원 등 SK가 구축해 온 생태계 지원 플랫폼을 소개했다.
최 회장은 정밀한 사회적 가치 측정에 따르는 높은 거래비용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타심에만 의존해서는 팽창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규모를 확보할 수 없다"며 성과 기반 인센티브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PC에 대해서는 사회문제 해결에 따르는 국가와 사회의 비용을 줄이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앞서 8일에는 WEF와 슈왑재단이 CSES·사회금융국제(SFI)와 협업해 세 번째 공동 보고서 『임팩트 이코노미: 공시를 수요로 전환하다(The Impact Economy: Turning Disclosure into Demand)』를 발간했다.
최 회장은 공동 서문에서 "사회적 가치가 실제 경제적 가치와 자원배분으로 이어지려면 이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시장의 규칙과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는데도 자금 유입은 더디다는 현상을 '임팩트 패러독스'로 규정했다. 원인으로는 편익은 다수가 얻지만 비용은 특정 주체가 부담하는 구조, 경제적 효과가 재무제표와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되지 않는 점, 사회적 성과의 장기성과 기업 의사결정의 단기성 간 불일치, 복수 주체의 기여도 산정 어려움 등을 꼽았다.
해법으로는 사회적 가치 구매와 투자 수요를 촉진하는 규제·투자·금융 연계 및 다자간 협력 체계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긍정적인 사회·환경 성과가 시장과 금융시스템에서 인정·측정·보상되는 경제를 '임팩트 이코노미'로 정의했으며, SK의 SPC를 주요 사례로 소개했다.
이 보고서는 12일부터 18일까지 방콕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도 임팩트 경제와 사회적 성과 수요 창출 사례로 논의될 예정이다.
최 회장은 2013년 WEF 다보스포럼에서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측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SPC 개념을 제안했다. SK는 2015년부터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를 화폐 가치로 측정하고, 그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SPC 프로젝트를 시행해 왔다.
지난해 WEF 슈왑재단 총회에서는 측정된 사회적 가치를 시장 시스템에서 거래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SEWF의 게리 히긴스 대표는 "한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정부에서 출발해 정부, 민간, 비영리조직이 정책과 기술, 방법론을 투입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발전했다"며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에도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석권 CSES 대표이사는 "선한 의지에 의존해 자원을 사회문제 해결로 옮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사회성과와 경제적 성과를 연결하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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