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인터뷰] 우제원 작가, 고전 '돈키호테'를 맛보는 특별한 레시피를 말하다

파워인터뷰 / 박정인 객원 / 2022-10-09 15:43:36

송파문고 심야책방은 책 읽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지역서점 이진표 사장의 욕심으로 매달 마지막 금요일 ‘책이 맛있다’는 미식회를 열고 있다. 이번 재료는 1605년에 출판된 스페인산 고전인 대문호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였다.

이날의 강연자이자 셰프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이상한 나라의 주민a’라는 필명으로 에세이를 연재 중인 우제원 작가로 여기에 훈연처럼 강렬한 꿈의 향을 더했다.

“고전은 현대의 작품들과는 맛이 다릅니다. 이야기의 전개 방식부터 분량까지 현대 작품들과는 감성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서는 특별한 레시피로의 조리가 필요합니다.”

고전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읽히지 않는 책이기도 하다. 우제원 작가는 이를 언급하며 이번 강연의 취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우제원 작가(앞줄 맨 가운데)가 독서 미식회 '책이 맛있다'에서 고전 '돈키호테'를 이해하는 특별한 레시피를 소개한 뒤 참석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과연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고전이라는 소리를 듣고 펼쳤던 책을 표지에서 다시 덮었던 적이 몇 번이던가! 우제원 작가가 강연의 테마를 미식회로 한 이유가 납득되면서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우제원 작가, 아니 우제원 셰프의 특별한 레시피란 무엇일까?

훌륭한 미식에는 좋은 음악이 곁들여져야 한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주제곡 ‘이룰 수 없는 꿈’을 배경음으로 강연이 시작되었다.

강연은 프랑스 코스 요리의 순서에 따라 ‘아뮈즈 부슈 – 애피타이저 – 메인 – 디저트’ 순으로 이어졌다.

‘아뮈즈 부슈(amuse-bouche)’에서는 식욕을 자극해 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한 입 요리라는 뜻에 걸맞게 책에 대한 흥미로운 소개로 청중의 잠들어 있던 지성의 미각을 일깨웠다.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의 말에 따르면 그는 기사소설들을 풍자하기 위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돈키호테에서 돈은 스페인어로 우두머리를, 키호테는 허벅지를 보호하던 갑주를 말한다.

우스꽝스럽게도 키호테는 세르반테스가 살아 있던 당시 정력을 의미하는 은어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돈키호테를 있는 그대로 번역하자면 정력왕쯤이 된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돈키호테는 제목부터가 풍자를 위한 웃음으로 무장하고 있었던 셈이다.

강연은 줄거리를 생동감 있게 전하는 애피타이저를 지나 메인에서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 메인에서 우제원 작가는 ‘관점’과 ‘결심’, 두 부위로 나눈 돈키호테를 청중의 접시 위에 올렸다.

돈키호테는 꿈꾸는 자의 전기다. 닿을 수 없는 곳에 닿기를 원하고, 잡을 수 없음에도 잡고자 하는 애타는 열망이 바로 꿈의 본질이다.

소설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가난한 데다가 나이까지 지긋한 늙은이로 상식적으로는 기사가 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가 풍차에 돌격하는 등 무모한 기행을 감행했던 것은 그래서이다. 상식 밖의 꿈을 꾸었기에, 이루기 위해서는 상식 이상의 수단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상식의 공간이다. 사회에는 통념과 관습이 있어서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거기서 벗어난 사람은 정을 맞기 마련이다. 돈키호테는 꿈을 꾸었지만, 세상은 그를 광인이라 비난했다. 무모한 사람을 자주 돈키호테에 빗대는 걸 보면 그에 대한 비난은 현재도 유효하다.

하지만 우제원 작가는 돈키호테를 무모하다 비난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꿈을 꾸지 않는 사람과 꾸는 사람, 어느 쪽이 미친 사람일까요?” 이렇게 질문하며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외양간의 소에게는 숲 속 사슴의 자유가 방황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렇다, 꿈꾸지 않는 자에게는 꿈을 꾸는 돈키호테가 광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관점의 전환이다. 미친 것은 돈키호테가 아니라, 애가 탈만큼의 꿈을 꾸지 않는 우리였던 것이다.

돈키호테가 진정 광인에 불과하다면 그의 실패와 기행으로 도배된 이야기가 왜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 불후의 명작으로 남아있겠는가. 그건 그가 숱한 패배와 좌절에도 무너지지 않는 불멸하는 인간의 꿈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돈키호테라고 하면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소설이지만, 분량이 자그마치 2700페이지에 달해 선뜻 손을 대기가 쉽지 않은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혼자서는 막막했던 책도 재치 있는 해설과 번뜩이는 통찰이 곁들여지니 그야말로 책 읽는 맛이 있었다.

우제원 작가는 매달 이와 같이 읽기 힘든 책을 재해석하여 지역주민들과 나누고 있다. 내년에도 난독의 시대에, 함께 읽을 고전을 선정하여 재능 기부를 통해 사람들에게 고전의 힘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브런치에서의 ‘방황일지’는 환타지 에세이로 이상한 주민 A가 다양한 경험을 통한 감상을 나누고 있다.

[메가경제=글·사진 박정인 객원기자·단국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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