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실적 반등 '3종 세트' 효과 볼까

유통·MICE / 주영래 기자 / 2023-11-02 16:50:16
음료 부문, 썬키스트와 40년 인연도 끊어…"선택과 집중 강화"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이정애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 대표가 취임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부적으로 '희망퇴직'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장기화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환율, 소비 부진이 여전한 중국 시장 등으로 진퇴양난을 겪는 양상이다.

 

▲ 서울 종로구 LG생활건강 본사. [사진=LG생활건강 .


LG생건이 실적 반등을 위해 '가격인상', '희망퇴직', '썬키스트 계약 해지' 등을 3가지를 꺼내 든 가운데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LG생건이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1조7462억 원, 영업이익 128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6% 줄었고 영업이익은 32.4%나 급감하는 등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실적 하락의 주 요인은 주력사업인 화장품 부문의 부진 때문이다. LG생건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특수를 기대했지만 중국 시장의 소비심리가 크게 얼어붙은 탓에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앞서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월 0.3%(전년 동월 대비) 하락하며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8월에는 0.1% 상승에서 9월에는 0%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소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소득이 불충분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시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급등에 고금리로 인한 이자 상승 등 소비 여력이 줄어들며 소매판매액지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소매판매액지수 102.6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2020년 3월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에 LG생건은 실적 개선을 위한 3가지 카드로 '가격인상', '희망퇴직', '썬키스트 계약 해지' 등을 꺼내 들었다.

우선 첫 번째 카드인 가격 인상은 소비심리 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에 따라 판매 개선보다 기존 판매 유지에 기대하자는 판단으로 읽힌다. 즉 판매량 증대가 쉽지 않다면 충성고객의 판매에 의지하면서 가격을 올려 수익성 증대를 꾀하겠다는 계산이다.

LG생건은 이달부로 '숨', '오휘', '빌리프', '더페이스샵'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평균 4∼5% 인상했다. 숨의 '시크릿 에센스 EX(100㎖)'는 9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5.3% 오른다. 또 오휘의 '프라임 어드밴서 2종 기획'은 14만원에서 14만5000원으로 3.6% 오르고, 빌리프의 '아쿠아밤 비타워터크림(50㎖)'은 5만5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5.5% 인상된다.

회사는 가격 인상 이유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율 변동 등에 따른 원부자재 단가 상승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환경적 배경을 고려할 때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그나마 음료 부문은 견고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음료 사업의 3분기 매출은 5059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4%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1.3% 증가한 738억 원을 기록했다. 무설탕 음료인 '제로' 열풍 덕분에 '코카콜라 제로', '파워에이드 제로' 등의 매출이 꾸준히 늘었으며, 에너지 음료인 '몬스터에너지'의 판매량도 증가해 음료 매출을 견인했다.

LG생건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음료 부문에서 두 번째 카드인 '선택과 집중'을 꺼내 들었다. 최근 40여 년 동안 갖고 있던 '썬키스트' 브랜드의 상표권을 올해 말까지만 유지한 후, 더는 연장 계약을 맺지 않기로 한 것이다.

국내 과채음료 시장이 쪼그라든 탓에 비싼 로얄티를 부담하면서까지 브랜드 계약을 이어가기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잘 되는 사업에서 더 높은 수익을 내야 부진한 사업의 적자를 메꿀 수 있다는 조급함이 엿보이는 단면이다.

LG생건의 음료 자회사 해태htb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매년 썬키스트에 지불하는 브랜드 로열티는 순매출액의 1.5~5.0% 이른다. 최소 브랜드 로열티는 10만 달러(약 13억 원) 수준이다.
지난 10년 사이 국내 과채음료 시장은 약 9000억 원대에서 3000억 원대로 줄어들었다. TV에서 생과일주스 광고가 사라진 배경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카드는 '희망퇴직'이다. 앞서 LG생건은 지난 6월 인력 정체현상을 개선하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희망퇴직에서 수십 명만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인력 구조개선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임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만 커졌다. 15년 연속 고공성장을 이루는 동안 임직원들이 헌신했음에도,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에게 곧바로 책임을 전가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러한 분위기는 3분 실적 악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LG생건의 직원 수는 4461명에 1인 평균급여액은 3700만원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4396명, 4700만원과 비교할 때 직원 수 1.4% 증가, 평균급여액 21.2% 급감한 상황이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