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수요 예측 부진에 또 상장 연기...업비트의 벽 못 넘었나

증권 / 윤중현 기자 / 2024-10-21 16:11:56
희망 공모가 9500원~1만2000원에도 증권가는 8500원 써내
가상자산보호법 시행 리스크도...대출 사업 차질 불가피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요예측 부진으로 인해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면서 또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업가치가 부풀려졌고 업비트 의존도가 높다는 논란에 수요 예측 흥행 실패는 예상됐던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내년 초에 다시 상장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당초 상장을 통한 자금 유입으로 계획했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 중구 케이뱅크 본사 전경 [사진=케이뱅크]

 

21일 금융권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철회신고서를 내고 "최근 실시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에서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해 이번 공모를 철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업공개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부풀려진 기업가치에 있다. 케이뱅크는 주당 희망 공모가로 9500∼1만2000원을 제시했는데 지난 10일부터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으면서 동력을 잃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 대다수가 희망 공모가를 하단 가격인 9500원 또는 이보다 낮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사 NH투자증권과 KB증권 역시 최종공모가를 8500원으로 낮추는 안을 요청했다. 케이뱅크가 애초 설정한 희망 공모가 범위는 9500원~1만2000원이었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비교 회사로 카카오뱅크와 미국 나스닥 상장사 뱅코프·일본 증시에 상장된 SBI스미신넷뱅크 등의 인터넷은행을 선정한 뒤, 비교회사 3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인 2.56배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들 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은 국내 인터넷은행보다 높고, 지난 18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은 1.72배 정도에 그쳐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의 업비트 의존도가 잇따라 화두에 오르면서 투자 심리를 떨어뜨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언급하며 "케이뱅크는 작년 수신 편중도가 18.1%라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18.1%도 상당한 편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케이뱅크가 업비트 없이 독자생존 할 수 있을지, 특정 기업이나 특정인을 위한 사금고로 활용되지는 않을지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며 "케이뱅크의 IPO가 성공한다면 잠재적 위험은행 이자 시한폭탄"이라고 비판했다. 가격 급등락이 심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업비트 고객의 예치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것도 투심을 약화시켰다. 해당 법 시행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이용자가 맡긴 예치금에 대해 이자 성격인 이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면서 거래소 간 이자 경쟁이 본격화했다.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치금은 3조2000억원 수준인데, 이를 기준으로 추산한 연간 이자 부담만 640억원 정도다. 상반기 순이익이 854억원의 약 75%에 달한다.

 

케이뱅크는 애초 이번 상장을 통해 유입될 자금 1조원으로 대출상품 유형과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올 상반기 수혜를 입었던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 등 가계대출과 중소기업대출(SME)·개인사업자(SOHO) 대출에 진출하고,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에 투자해 플랫폼 비즈니스도 강화할 전략을 짰다. 그러나 성장이 미뤄지면서 이 같은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회사 측은 공모 주식량 등 공모 구조를 바꿔 내년 초 다시 상장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총공모주식이 8200만주에 달해 현재 공모 구조로는 성공적인 성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상장 과정에서 올바른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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