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케이스포츠에 거액 출연한 대기업들, 돌려받을 선례 생겨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CJ제일제당이 과거 박근혜 정부 때 K스포츠재단에 기부한 출연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해 5억원을 돌려받게 됐다.
23일 법조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재단법인 K스포츠에게 CJ제일제당으로부터 받은 5억원의 출연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메가경제 취재 결과 K스포츠가 재단 정리 과정에서 반환 의사를 먼저 밝히면서 재판이 시작된 만큼 이번 판결로 추가 소송 없이 일단락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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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제일제당 본사. [사진=CJ제일제당] |
K스포츠는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서원 (개명 전 최순실)씨가 실질 운영한 재단법인이다. 지난 2016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설립 허가를 받아 세워졌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계 회원사들에 K스포츠의 출연금을 요청했다. 전경련은 각 그룹 담당 임원들을 통해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체육 재단을 설립해야 하니 할당된 출연금을 납부하라'는 요청을 전달했다.
기업들은 그 해 2~8월 사이 총 288억원의 출연금을 납부했다. 이때 CJ제일제당은 국내 스포츠 발전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5억원을 출연해 기부했다.
당시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한 사실이 있고, 이후 비자금 조성과 조세 포탈 등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16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자 CJ제일제당의 출연금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주회사인 CJ㈜와 CJ제일제당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CJ제일제당의 기부 동기에 착오가 있고 출연 행위에도 법률상 하자가 있어 출연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법원은 K스포츠가 CJ제일제당에 5억원을 반환하고 이 금액에 대해 지난 2016년 2월 5일부터 올해 5월 25일까지는 연 5% 이율로, 그 이튿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 이율을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 역시 K스포츠가 부담하도록 했다.
앞서 2018년 8월 K스포츠는 CJ제일제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죄 피해자이므로 강박에 의한 출연 행위를 취소하고 출연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반환을 요청한다고 회신했다.
이어 K스포츠가 재단 청산 과정에서 먼저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한 CJ제일제당의 반소가 이번 판결로 이어졌다.
이번 CJ제일제당의 승소로 당시 K스포츠와 함께 최순실 씨가 실질 운영한 미르재단에 출연했던 다른 기업들도 소송을 제기하면 출연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선례가 생겼다.
두 재단이 밝힌 출연금 내역에 따르면 K스포츠는 49개 사에서 288억원을, 미르는 30개 사에서 총 486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 출연금 반환 청구 소송과 관련해서는 CJ제일제당 외에도 앞서 2021년 KT가 같은 건으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삼성, LG, GS, 현대자동차, 신세계, 이마트,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도 같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생명과 제일기획, 에스원도 소송을 제기했다. 오는 24일에는 에스원이, 25일에는 삼성생명과 제일기획이 법원 선고를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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