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6년만에 명예 회복 다짐...'삼양 1963' 베일 벗다

유통·MICE / 심영범 기자 / 2025-11-03 15:55:00
김정수 부회장 "36년만에 제자리 찾는 사필귀정 어울리는 날"
1960년대 라면 유탕 처리 방식 현대적으로 재해석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삼양1963'은 단순한 복고 제품이 아니다. 삼양의 명예의 복원이자 진심의 귀환이다"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열린 신제품 '삼양1963' 출시 발표회에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이같이 밝혔다.

 

▲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간담회에서 신제품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심영범 기자]

 

이날은 우지 사건이 발생한 1989년 11월 3일로부터 정확히 36년이 되는 날이다. 삼양식품은 36년전의 아픔을 딛고 '우지'를 활용한 '삼양1963'으로 내수시장 공략에 나선다.

 

삼양라면은 지난 1989년 라면에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이른바 우지 파동으로 홍역을 앓았다. 이후 보건복지 조사 이후 문제가 없음이 밝혀지고 1997년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우지 파동은 종결됐지만 이미지가 실추되고 원조라면의 자존심을 구겼다.

 

이번 행사는 삼양식품 창업 역사와 관련이 깊은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진행됐다. 창업주 故 전중윤 명예회장은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 죽’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계기로 1963년 한국 최초의 라면을 개발했다. 삼양식품은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브랜드의 출발점에서 신제품을 공개했다. 삼양1963은 삼양식품이 3년간 개발한 제품이다. 

 

김 부회장은 "오해로 인해 한때 큰 어려움을 겪었던 삼양식품이 이제 K푸드의 상징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36년 만에 제자리를 찾는 상징적인 순간이자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지' 라면 재도전 배경에 대해 "한때 금기처럼 여겼던 삼양라면의 풍미를 완성하는 진심의 재료였다"라며 " 부끄러움이 아닌 정직의 상징, 삼양이 추구해 온 진짜 맛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의 상처를 넘어 삼양의 자부심과 진정성을 다시 세우겠다"라며 "삼양1963은 과거 복원이 아닌 미래를 위한 수석이다. 60년 역사 위에 다음 100년 삼양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 인공지능으로 구현된 전종윤 명예회장 [사진=심영범 기자]

 

이날 행사에서는 전 명예회장의 살아생전 모습이 AI로 구현됐다. 전 명예회장은 김 부회장에게 “사람을 향하는 마음이 담긴 삼양1963을 지금의 시대에 잘 전해주라”고 말했다.

 

새롭게 출시된 ‘삼양1963’은 삼양브랜드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미식 라면이다. 과거 삼양라면 제조 레시피의 핵심이었던 우지를 활용해 면의 고소한 맛과 국물의 풍미를 높였다.

 

삼양식품은 이번 신제품에 1960년대 라면 유탕 처리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적용했다. 동물성 기름 우지와 식물성 기름 팜유를 황금 비율로 혼합한 골든블렌드 오일로 면을 튀겨 고소한 향과 감칠맛을 강화했다. 골든블렌드 오일은 면의 맛을 살리는 것과 동시에 조리 시 면에서 용출되어 면과 육수가 조화를 이루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삼양식품은 액상스프와 후첨분말후레이크를 적용해 원재료의 풍미를 더욱 살렸다. 사골육수로 면에서 우러나온 우지의 풍미를 높여 깊은 맛을 더하고, 무와 대파, 청양고추로 깔끔한 뒷맛과 얼큰함을 강조한 국물을 완성했다.

 

후레이크는 큼직한 크기의 단배추, 대파, 홍고추로 구성했다. 동결건조공법에 후첨 방식을 적용해 재료 본연의 맛과 향, 식감이 오래 유지되도록 했다. 트 정상가 기준 1개 1538원이다.

 

 

채혜영 삼양 부문장은 "삼양1963의 차별화 전략은 아주 명확하다. 우지 유탄이라는 헤리티지를 가지고 경쟁사와 차별화를 통해 지난 40여 년 동안 고객들이 들어는 봤지만 먹어본 적은 없는 새로운 맛을 제공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깊고 진한 국물 맛을 구현하기 위해 우지가 바로 최적의 선택이었다"라며 "남녀 2030세대가 메인 타깃층이고 삼양라면의 추억을 가진 50대가 서브 타깃층"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지는 팜유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원료라 원가 부담이 크다. 그러나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성장에 따라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라며 "삼양라면을 넘어서는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과거 삼양식품을 만들었던 근로자의 이야기도 영상을 통해 확일 수 있었다. 이제 노년이 된 근로자들은 "내 인생의 전부였다", "우지 라면이 그립다", "시중에 다시 나온다면 사먹겠다" 등 우지라면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내비쳤다.

 

최의리 삼양식품 브랜드 전략실장은 "삼양은 오히려 조금 느리더라도 저희만의 얘기를 전달하고 싶었다"라며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양을 세운 분들도 지금의 경영진도 아니다. 바로 그 시절 우지라면을 만들며 자신의 젊음을 바쳤던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맛본 '삼양 1963'은 삼양라면보다 약간 매콤했다. 평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기자에게 강렬한 매콤함은 아니었다. 뒷맛이 깔끔하고 쫄깃한 면발이 인상깊었다. 국물에서는 약간 기름진 느낌이 들었으나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 라면 본연의 맛을 느끼려면 계란을 풀지 않고 먹는게 좋을거 같았다.

 

▲ 질의 응답시간 [사진=심영범 기자]
◇김 부회장 "임직원 염원 담아 3년 기획", 김 대표 "정직과 신뢰로 나아갈 것"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에서 신제품 출시 계기와 과거 우지 파동과 관련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김정수 부회장은 신제품 출시와 관련해 "3년 이상 기획했다"라며 "우지 파동으로 4천여명의 임직원이 일을 그만뒀다. 임직원들의 염원 등을 담고 . 원가 부담이 있더라도 무조건 맛있고 품질 좋고 영양가 많은 제품을 내자고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우지 파동과 관련해 "삼양식품이 이제 그동안 공식적인 입장을 낸적은 없다"라며 "분명한 사실은 우지파동은 익명의 투서 한 장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돌이켜 보면 무책임한 일이었고 한 기업이 무너질 뻔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1989년도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다. 식품공학 전공을 했으며 2학기 기말고사에 삼양식품 우지 논란에 대해 서술하라는 과제도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식품을 배우는 학생들, 교수들, 식품 종사자들은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엔 지금처럼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없었다"라며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그 시간을 통해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정직과 신뢰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 삼양라면 패키지 변천사 전시관 [사진=심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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