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아픈 손가락'된 코리아세븐...신용등급 강등 '몸살'

유통·MICE / 주영래 기자 / 2023-12-19 08:28:17
미니스톱 인수 역풍, 300여 점포 이탈 우려 '노심초사'
김홍철 신임 대표, 점포 구조조정과 효율화 '잰걸음'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통 부문 강화를 위해 지난해 3133억6700만원을 들여 인수를 결정한 한국미니스톱(이하 미니스톱)이 코리아세븐의 발목을 잡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됐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들 마다 코리아세븐의 장기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내려 잡았다.

 

▲ 세븐일레븐. [사진=코리아세븐]

 

신용등급 하락은 차입비용 증가와 기존 채무 차환에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등 기업의 자금조달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해당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투자한 이들은 자본 손실을 겪을 수 있으며, 이를 우려한 채권투매와 같이 시장 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481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107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차입금 규모는 2018년 1882억 원에서 지난해 1조926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9월에는 1조 2889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채비율도 378.6%로 상승했다. 신평사들이 코리아세븐의 신용등급을 내린 이유이기도 하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편의점 업계의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코리아세븐은 영업권 등 유무형자산에 대한 추가적인 손상차손 인식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한 재무구조의 가변성도 내재돼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미니스톱 점포의 타 브랜드 이탈에 따라 인수효과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며 "세븐일레븐의 점포당 매출액과 수익성이 다른 업체 대비 낮은 가운데 매년 미국 세븐일레븐 본사에 라이선스료(순매출의 0.6%)를 지급하고 있단 점을 감안하면 중단기 내 실적·재무구조 개선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한국미니스톱 인수를 통해 코리아세븐은 GS25와 CU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줄이고 이마트24의 성장세를 일정 수준 견제할 수 있게 됐다"면서 "다만 코리아세븐의 영업 수익성 저하가 지속되고 있는데, 물류비용의 추가 인상 가능성과 경쟁사 대비 차별화되는 PB상품의 부족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영업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앞서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이마트24와 막판 경쟁 끝에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했다. 당시 11173점포였던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1만4천여 점포를 거느리게 되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을 기대했다. 하지만 통합작업이 복병을 만나면서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내년 3월 300여 미니스톱 점포는 시장의 선택을 받아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미니스톱 브랜드를 내년 3월까지만 사용할 수 있어 그 전에 ‘간판 갈이’를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리아세븐은 당초 연말까지 브랜드 통합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롯데지주도 IR자료를 통해 미니스톱에서 세븐일레븐으로 점포 전환율은 84% 수준이며, 내년 3월까지 통합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통합작업이 계획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전망이다. 경쟁사들이 점포 일시 지원금 등을 미끼로 미니스톱 '간판 뺐기'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시 지원금은 일종의 권리금과 유사한 개념이다. 경쟁사들이 가맹점주들에게 목돈을 쥐어주며 자사 브랜드로 갈아탈 것을 권유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타 편의점과 달리 미니스톱 가맹점주들은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점주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1세대 편의점답게 몫이 좋은 곳에 대형 평형 위주로 운영 중인 점포가 많고, 편의점 업계에서 이골이 난 경영주가 많아 수익성 검토 후 경쟁사로 간판갈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CU와 GS25는 점포 수 우위를 바탕으로 물류 효율화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며 "상품 매입단가 역시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에 비해 저렴하고 MD 영향력이 강해 신상품 또는 발주장려금, 행사 상품 지원 등 점주들의 수익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즉석식품과 간편식, 인기 캐릭터 활용을 통한 상품 차별화를 바탕으로 상품경쟁력을 높여 점당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가맹점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최근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코리아세븐의 구원투수로 김홍철 롯데 유통군HQ 인사혁신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와 롯데그룹 경영개선실에서 근무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사업무를 주로 담당한 임원이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되면 인적 쇄신을 통한 내부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미니스톱 인수로 촉발된 회사의 위기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만회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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