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변호사 "심각한 법리적 문제 내포"…사측 "법원 결정 존중"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법리적 검토라는 미명 하에서 이론적 검토를 했던 것 같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쟁의행위 제한 범위를 확대한 법원 결정을 놓고 헌법상 단체행동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노조는 원료·제품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작업'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해 핵심 생산공정의 파업권을 사실상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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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법원의 쟁의행위 제한 범위 확대 결정이 헌법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규탄했다. [사진=메가경제] |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쟁의행위금지가처분 항고심 결정을 규탄했다. 보안작업의 범위를 넓혀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노조는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가 지난달 16일 쟁의행위 제한 범위를 기존 3개 작업에서 9개 작업으로 확대해 바이오의약품의 핵심 생산공정 전반에서 파업을 제한했으며, 이미 시작한 생산은 파업 중에도 평소와 같은 인력·시간·규모로 계속하도록 하는 내용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결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필수공익사업에서도 파업 중 유지할 업무의 범위와 수준을 필요 최소한으로 정하는 것을 넘어선 ‘확대 해석’임을 강조하며, 민간기업의 주요 생산공정에 평상시 가동을 요구하는 것은 파업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조 측 법률대리인인 김수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이번 서울고등법원 결정은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의 '보안작업'을 해석하는 방식에 심각한 법리적 문제가 내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로 김 변호사는 법의 원문에 따르면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으로 명시해 작업의 '목적'을 묻게 되어 있지만, 법원은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않으면 변질될 위험이 있는 작업"으로 바꿔 읽어 멈추면 손해가 나는 연속공정 전부가 보안작업이 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둘째로 법원이 "파업 중에 새로 해동한 세포는 보안작업 대상이 아니며, 노조는 해동부터 거부할 수 있다"라는 단서를 붙인 것과 관련해 기존 생산공정과 신규 공정이 혼재된 상황에서 이를 구분해 파업하도록 한 판단이 실제 생산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파업 전에 해동된 세포는 작업하고 파업 이후 해동된 세포는 작업하지 않는 방식의 파업이 현장에서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노동자가 개별 세포의 해동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 생산정보 접근 권한등까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보안작업을 위해 출근한 노동자가 현장 관리자의 작업 지시를 선별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도 꼬집었다. 회사가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과 형사책임 가능성을 경고하는 이메일을 발송하고 있음을 주장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실제 작업 거부에 나서기는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셋째로 김 변호사는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정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세포별로 해동부터 끝날 때까지 40일이 넘는 기한이 소요되고 초반부 배양에만 1개월이 넘게 걸리는 점을 특수성을 설명하며, 법원의 이번 판결을 대입하면 노조가 한 달의 파업을 해도 핵심 인력 근로자들은 파업 기간 내내 평소처럼 일해야 함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원이 '필요 최소한'이 아니라 평상시와 똑같은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를 요구한 것도 기존의 노동법에서 병원·전기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유지업무조차 '필요 최소한의 유지·운영 수준'만 요구하는 것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법원이 "다른 공정에서는 파업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과 관련해서는 핵심 공정 노동자들의 파업권 상실이 정당화될 수 있는 이유가 되지 못하며, 핵심 생산공정 이외의 부수적인 업무는 회사가 내부 대체인력을 투입해 유지할 수 있다는 점과 핵심 생산공정의 경우 법원 결정에 따라 파업이 제한됨을 고려하면 노동조합에 실질적으로 남는 쟁의 수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넷째로 김 변호사는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은 형사처벌 대상인 점을 고려하면 독소조항으로 악용되는 점을 방지하기 위해 명시된 쟁의행위의 '내재적 한계'라는 설명을 무시함은 물론, 항고심 결정으로 '파업 시작 당시'라는 법에 없는 시점 개념이 형사책임의 경계를 정하게 돼 파업을 막는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파업권 행사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가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 위험을 부담하게 되는 점도 강조했다. 작업 거부가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노동자가 헌법상 권리를 행사하는 데 위축될 수 있다는 취지다.
무엇보다 노조 측은 이번 결정이 다른 산업의 파업권까지 제약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연속공정이라는 이유로 생산공정 전반을 보안작업에 포함한다면, 다른 산업에서도 저마다의 특수성을 내세워 파업을 막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앞서 삼성전자에서도 유사한 법적 판단이 내려졌던 것을 지목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다른 제조업 사업장의 쟁의행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노조는 이번 결정에 재항고하고 국회와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안전과 보전의 책임을 다하면서 한 사업장의 파업권 제한이 더 많은 노동자의 권리 후퇴로 번지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노조 측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헌법재판 절차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하는 절차와 함께 입법적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파업 중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생산공정이 있다면 해당 작업의 범위뿐 아니라 이를 수행할 인력을 선정하는 절차까지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해당 결정에 따라 쟁의행위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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