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출신 '박윤영' 후보 택한 KT…안정 택했지만 혁신 시험대

통신·미디어 / 황성완 기자 / 2025-12-18 16:12:18
정통 'KT맨' 복귀 선택…'AI·보안·지배구조' 해법 관건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KT가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CEO)로 내정하며 다시 한 번 '내부 출신 CEO'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에 업계에선 외부 낙하산 논란과 잇단 리더십 혼선을 겪어온 KT가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둔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소액결제 침해 대응, AX(AI 전환) 추진 등 박 후보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 향후 경영 성과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KT 대표이사 후보로 낙점된 박윤영 KT 전 사장. [사진=연합뉴스]


◆ 30년 KT맨의 귀환…"조직 생리 가장 잘 아는 인물"

 

18일 KT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지난 16일 박윤영 전 사장을 차기 대표 후보로 내정했다. 박 내정자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박 내정자는 1992년 한국통신 연구직으로 입사해 기업부문장(사장)을 지낸 정통 ‘KT맨’이다. 30년 넘게 조직에 몸담으며 기술·사업·조직 전반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외부 출신 CEO 영입이 반복되며 누적된 조직 피로감 속에서, 내부 사정을 꿰뚫는 인사의 복귀가 불확실성을 줄이는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내정자는 재직 시절 합리적인 성품과 전략적 판단력으로 임직원 사이에서 ‘덕장’으로 불리며 신망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KT 노조 역시 성명을 통해 “내부 출신 후보 선정은 조직과 현장을 이해하는 리더십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다만 내부 출신 CEO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통상 내부 승진 CEO는 조직 관리와 비용 효율화에는 강점이 있지만, 판을 뒤집는 신사업 발굴에는 소극적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KT는 가입자 수와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안정적이지만, 성장성 정체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는 AI·클라우드·B2B 등 신사업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진다.

 

KT 이사회는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박 내정자의 ‘실행력’을 강조했다. 이사회는 “KT 사업 경험과 기술 기반의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DX·B2B 분야에서 성과를 낸 인물”이라며 “현안 대응 방안과 주주·시장과의 약속을 함께 고려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 AI·보안·신뢰 회복…취임 직후 '3대 시험대'

 

박 내정자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 수습이다. 고객 보상안 확정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보안 체계 전면 강화 없이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AI 전략의 가시적 성과 창출이 요구된다. KT는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AICT’를 내걸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며 AI 전략을 추진해왔지만, 수익화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 내정자 체제에서는 AI·클라우드 경쟁력 강화와 실질적인 수주 확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지배구조 안정 역시 중요한 시험대다. 반복된 CEO 리스크로 흔들린 내부 신뢰를 회복하고, 이사회와 경영진 간 역할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낙하산식 외부 인사와의 확실한 절연이 요구된다.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단행된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조직 상처 치유도 과제로 꼽힌다.

 

◆ 주주총회 변수…국민연금·현대차 표심 주목

 

업계에서는 다가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표 선임 과정에서 지배구조와 경영 안정성, 주주가치 제고 여부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아왔다.

 

KT 최대주주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그룹의 표심도 변수다. 현대차그룹은 KT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8%가 넘는 지분율은 여전히 무게감을 갖는다. 향후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의 권고가 공개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안정을 택한 KT의 선택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내부 출신 CEO 체제가 다시 한 번 성공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지는, 박윤영 내정자가 얼마나 빠르게 ‘성과’로 답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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