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 세계 거인들의 경고, 3년이 남았다”, 황현기 펑크비즘 대표

금융·보험 / 이상원 기자 / 2026-06-29 15:16:12
기본소득의 시대, ‘생존’ 다음을 묻는 회사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세계적 석학과 기술 리더들은 머지않아 수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기본소득’은 노동 이후 사회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황현기 펑크비즘 대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질문을 던진다. “돈이 보장되면, 인간은 정말 행복할까.” 생존을 위한 소득이 보장되더라도 인간에게 남는 것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은 욕구, 그리고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라는 설명이다.

Web3 기반 디지털 국가를 표방하는 펑크비즘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기본소득이 ‘생존’을 해결한다면, 펑크비즘은 그 이후의 삶에 필요한 ‘인정’과 ‘성취’, ‘관계’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29일 황 대표를 만나 노동이 사라진 이후의 세계와 펑크비즘이 그리는 새로운 공동체 모델에 대해 들어봤다. 

 

▲ 황현기 펑크비즘 대표 [사진=펑크비즘]
Q 펑크비즘은 어떤 회사인가.

펑크비즘은 ‘세 가지’를 고민하는 회사다. 첫째는 자본의 순환이다. 가치 있는 기업에 자본이 더 빠르게 흐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자본이 멈추지 않고 흐를 때, 세상을 바꿀 새로운 일과 기회가 더 빨리 태어난다. 둘째는 독식의 종식이다. 은행·플랫폼 같은 거대 중개자가 가로채던 가치를, 온전히 개인에게 되돌리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가 핵심이다. 돈으로 채울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 결핍을 채우는 것. 인정받고 싶은 욕구, 그리고 스스로를 이뤄내고 싶은 욕구. 기본소득이 결코 채워줄 수 없는 그 빈자리를, 시민 스스로 기여하고 증명받는 ‘가상 국가’로 완성하려 한다.

Q 왜 하필 지금 그런 고민을 하나.

세상이 근본부터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온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인간의 수명은 150년까지 늘어나며, 금융의 토대가 블록체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조차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받아들였다. 노동도, 돈도 새로운 규칙이 필요한 시점이다.

Q 기본소득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나는 기본소득의 방향 자체에는 동의한다. 수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시대에,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소득을 사회가 보장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본소득이 처음 시행되면 아마 모두가 ‘유토피아가 왔다’며 환호할 것이다.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으니까. 그런데, 과연 그럴까. 내 대답은 ‘아니오’다.

인간은 인정 욕구와 성취 욕구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감각,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감각 이게 사라지면 사람은 스스로를 ‘잉여’로 느끼기 시작한다.

그런 장치가 전혀 없는 사회에서 사람들의 관계가 과연 멀쩡할 수 있을까. 나는 당장 부부 관계부터 무너질 거라고 본다. 생존이 해결됐다고 해서 인간이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이 모두에게 닥친다.

Q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절감한 계기가 있나.

내 아들이 지금 열 살이다. 10년 뒤면 스무 살이 된다. 그런데 수명이 15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면 내 아들은 노동이 거의 사라진 세상에서, 남은 100년이 넘는 시간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 이건 추상적인 미래가 아니라 내 자식의 현실이다. 그런데 정작 이 질문을 진지하게 붙들고 있는 한국 회사가 거의 없다. 그게 내가 펑크비즘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Q 해외 석학들은 미래를 어떻게 보나.

유발 하라리는 노동에서 밀려난 거대한 ‘무용 계급’이 생겨나고, 그들은 결국 약물과 놀이에 의존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생존은 주어지지만 의미는 주어지지 않는 삶, 그 공백을 약물과 오락이 메우는 풍경이다. 나는 그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다만 거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가 바로 우리의 일이다.

Q 그렇다면 그 빈자리를 채울 답은 무엇이라고 보나.

결국 답은 ‘커뮤니티’라고 본다. 혼자서는 인정도, 성취도 성립하지 않는다. 인정한다는 것도, 인정받는다는 것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사람마다 결핍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인정을, 누군가는 소속을, 누군가는 배움이나 성취를 갈구한다.

강한 커뮤니티 안에서는 그 다양한 결핍을 서로가 서로에게 채워줄 수 있다. 한 사람의 기여가 다른 사람의 빈자리를 메우고, 그 보답이 다시 돌아오는 구조. 약물과 놀이로 시간을 죽이는 대신,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서 다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Q펑크비즘이 내놓는 구체적인 모델은.

‘결핍의 완성’이다. 우리는 시민이 스스로 기여하고, 그 기여를 시스템이 증명해 주는 가상 국가를 짓고 있다. 기본소득이 ‘생존’을 준다면, 우리는 그 위에 ‘인정’과 ‘성취’를, 그리고 ‘관계’를 얹는다. 자신이 한 일이 기록되고, 보상받고, 공동체 안에서 인정받는 구조. 그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며 연결된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펑키비스트(Punkyvist)’라 부른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우리가 이 거대한 판을 짜는 이유는 단 하나다. 불합리한 세상에 도전한다는 신념. 생존은 머지않아 기술이 해결해 줄 것이다. 진짜 질문은 그 다음이다. ‘무엇을 하며,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그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지고, 사람들이 서로의 결핍을 채우는 강한 공동체로 답을 짓는 회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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