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버거킹 운영사인 ㈜비케이알을 상대로 가맹점주에게 특정 세척제 구매를 강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비케이알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세척제 15종과 토마토 16개 품목을 가맹점주가 자율구매 할 수 있는 '권유' 품목으로 정보공개서에 기재해놓고, 실제로는 특정 미국 브랜드 세척제만 사용하도록 강제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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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가 버거킹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 원을 부과했다. |
정보공개서상 비케이알은 다목적주방세제, 씽크쎄니타이져, 바닥클리너 등 15종의 세척제와 토마토를 '권유' 품목으로 분류했다. 이는 가맹점주가 가맹본부 규격에 맞춰 시중에서 자율구매해도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비케이알은 시중구매가 어려운 특정 미국 브랜드 세척제들과 승인된 국내 생산업체의 토마토만을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지정했다. 가맹점주들은 내부 구매시스템을 통해서만 이들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가맹점 점검에서는 지정 제품 사용 여부를 확인했고, 미사용 적발 시 가맹점 평가점수에서 감점 처리했다. 실제로 일부 가맹점은 다른 세제를 지정 주방세제 용기에 소분해 사용하다 적발돼 감점당하기도 했다.
점검 결과 평가점수가 일정 기준 이하인 가맹점에는 경고공문 발송, 배달영업 중단, 영업정지 등의 불이익이 부과됐다. 특히 토마토의 경우 미승인 제품 사용이 적발되면 다른 평가점수에 관계없이 점검결과를 0점 처리하고 매장폐쇄나 계약해지도 가능했다.
이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비케이알이 지정한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세척제의 경우 시중구매가 어려워 사실상 가맹본부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정위는 "세척제들은 버거킹의 핵심 상품인 햄버거의 맛이나 품질에 직접적 관련이 없고, 통일적 이미지나 동일성 유지를 위해 가맹본부로부터 특정 제품을 구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비케이알의 행위를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 삼았다. 먼저 특정 미국브랜드 세척제만 사용토록 지정하고 사용 여부를 점검해 사실상 가맹본부로부터만 구입하게 한 행위가 가맹점주의 거래상대방을 과도하게 구속하는 행위로 가맹사업법 제12조 제1항 제2호 위반이라고 봤다.
또한 세척제와 토마토 제품 사용 점검 및 미사용 시 불이익 부과 가능성은 가맹계약 체결·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정보임에도 정보공개서에 '권유' 품목으로만 기재하고 실제 강제사항임을 알리지 않은 것은 중요정보 은폐·축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가맹사업법 제9조 제1항 제2호 위반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외식업종 가맹본부가 가맹사업 통일성 유지와 무관한 세척제를 필수품목으로 우회 강제한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며 "가맹점주가 성능이 동등한 국내 제품으로 대체구매할 수 있게 해 부담을 낮춘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정제품 사용 여부 점검 및 불이익 부과 여부 등 가맹점주의 사업 개시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투명하고 공정한 가맹계약 체결 관행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비케이알 측은 "글로벌 브랜드로서 전 세계적으로 일관된 제품 및 서비스 품질과 식품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 본사 요청에 따른 위생·안전·품질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문제가 된 세제류에 대해서는 "글로벌 버거킹의 브랜드 기준 및 식품안전 정책에 따른 것으로, 위생을 위한 세척 기준에 적합하고 인체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권장 제품 사용을 권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케이알은 "해당 품목 사용 여부를 이유로 가맹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없으며, 수익 등 다른 목적으로 진행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토마토의 경우 본사가 역마진을 감수해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매장점검 과정에서 언급된 '폐쇄'에 대해서는 "2시간 영업 중단을 의미하며, 위생 기준에 적합하지 못한 부분을 수정·정정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라며 "실제 영업중단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비케이알은 "글로벌 버거킹의 영문 운영 규칙이 한글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현실보다 다소 강하게 표현된 점이 있었다"며 "향후 정보공개서 및 안내 자료 전반을 재점검하고, 가맹 설명회 등에서도 충분히 소통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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