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임대·정비사업 활성화 주문…오세훈 “정부 내 엇박자부터 풀어야”
[메가경제=정태현 기자] 정부의 세제 개편에 따른 부담이 고가주택 보유자뿐 아니라 전월세 실수요자에게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세금 부담이 임대료로 전가되고 임대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을 지적하며 청년과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을 고려한 보완책을 주문했다.
서울시는 6일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서울시 대토론회’를 열고 지난 3일 발표된 정부 세제 개편안이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부동산·세제 전문가와 공인중개사, 정비사업 관계자, 청년 세입자 등이 참석해 세제와 전월세, 주택 공급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 |
| ▲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개편안이 집값은 잡지 못하면서 전월세 가격만 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시민과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정책 논의 과정에 충분히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 등록임대 혜택 축소·보유세 부담…정책 신뢰·수용성 우려
세제 분야에서는 등록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가 임대 매물 감소로 이어지고, 보유세 부담이 현금 여력이 부족한 고령층을 원치 않는 주택 처분이나 이주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왕규 세무사는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가 정책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세무사는 “정부 정책을 믿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는데 혜택을 줬다가 뺏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며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당장 주택을 처분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정책의 목표는 초고가주택 시장이지만 여파는 전월세시장에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은 직장과 교육 등으로 임차 수요가 많은 만큼 세입자에 대한 고려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희천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소득이 줄어든 고령층이 보유세 부담으로 원치 않는 주택 처분이나 이주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유세와 양도소득세가 주택 보유자의 의사결정에 과도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세의 중립성과 국민 수용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전세 매물 줄고 월세 부담 커져…청년층 주거 불안
전월세 분야에서는 매물 부족과 월세 전환으로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강서구에서 25년가량 중개업에 종사한 김용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시남부회장은 “과거에는 중개 물건의 70~80%가 전월세였지만 지금은 매매와 그 비중이 뒤바뀌었다”며 “전월세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세입자들이 원치 않는 매매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실거주 요건, 다주택자 규제가 맞물려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는 사례가 늘면 임대 매물이 줄고 전세가격과 월세가 함께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청년 김민정씨는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매물이 한두 곳에 불과했고, 주택 상태와 가격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대출도 여의치 않아 결국 월세를 선택하면서 매달 고정비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임대인이 실거주하면 다시 집을 비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렵게 구한 방을 또 찾아야 할까 걱정된다”며 “청년들이 집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보완해 달라”고 말했다.
![]() |
| ▲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서울시 대토론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유튜브 갈무리] |
◇ “공공만으로는 한계”…민간임대·정비사업 활성화 주문
주택 공급 문제를 놓고는 공공의 역할만으로 서울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운 만큼 민간임대와 정비사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참석자들은 재개발·재건축과 역세권 개발, 비아파트 및 기업형 임대주택 등 다양한 공급 방식을 함께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나눠 수요가 많은 지역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엠지알브이(MGRV) 조강태 대표는 “공공임대는 공급 규모와 입주 자격 측면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에서는 민간임대주택을 주거 공급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공급 목표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상화는 집값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급등락을 막는 것”이라며 “저소득층은 공공이 지원하되 나머지 수요는 민간이 공급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도 마무리 발언에서 민간임대 공급자에게 세제와 금융 규제를 동시에 강화하는 정부 정책에 의문을 나타냈다.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려면 민간 투자를 유도해야 하지만 현행 정책은 오히려 공급 참여를 억제하고 있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보다 정부 내부의 정책 엇박자가 더 큰 문제”라며 “공급 의지가 있다면 민간임대와 정비사업을 둘러싼 상충된 정책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신속통합기획 등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사업 기간을 줄이고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가주택과 투기 수요를 겨냥한 정책이 전월세 매물 감소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실수요자 보호와 민간 공급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