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野단독 처리로 국회 통과…尹정부 두 번째

정치 / 류수근 기자 / 2022-12-11 14:16:38
이례적 휴일 본회의…여당 퇴장 속 통과 연말 정국 급랭 예상
與 “이재명 사법처리 관심 분산용” vs 野 “진실의 문 여는 출발”
尹대통령, 9월말 박진 장관 해임건의 때처럼 거부 관측

‘이태원 압사 참사’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야당이 추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여당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1일 오전 본회의를 열어 재석 의원 183명 중 찬성 182명, 무효 1명으로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역대 8번째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 통과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 박진 외교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 가결이다.
 

▲ 김진표 국회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가결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장관 해임 건의안에 반대하며 표결 전 집단 퇴장해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다.이날 본회의는 이례적으로 휴일에 열렸다. 이 때문에 해임 건의안 상정에 앞서 ‘공휴일 본회의 개의에 관한 건’이 먼저 통과됐다. 이후 상정된 해임 건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이태원 압사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며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 '이태원 압사 참사'의 책임을 묻고자 야당이 추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이 11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결의안은 제안 이유에서 “이상민 장관은 법률에 따라 부여된 재난 및 안전관리에 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언급하며 참사 사태의 성격과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했고, ‘주최가 없는 행사는 매뉴얼이 없다’며 장관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데 골몰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이 국민의 압도적인 사퇴 요구에 모르쇠와 버티기로 일관하고, 참사의 책임을 일선 경찰관과 소방관에게 전가하는 지경에 이르게 하고 있다”며 “이 장관은 국가의 재난 및 안전관리 사무의 총책임자로서의 의무와 임무를 유기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하여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결의안은 또한 “용산 이태원 참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가 그 책임과 의무를 방기함으로써 발생했다”며 “이태원 참사는 사전 예방대책이 수립되지 않았음은 물론, 참사 당일 구조와 수습 등에서 총체적인 실패와 부실이 드러난 참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참사 사태의 중심에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고 있는 의무와 직무를 유기한 채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이 장관이 있다”며 해임을 건의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원 압사 참사는 지난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핼러윈을 맞아 이곳을 찾았던 시민들이 해밀톤호텔 옆 도로폭 4m 내외의 좁은 골목에서 뒤엉키면서 다수의 사상자와 발생한 사건이다.

11월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 기준으로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번 참사는 수도 서울의 도심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명피해로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처음이며, 단일사고 인명피해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사건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장관 해임 건의안과 관련한 여야 반응은 정방대로 엇갈렸다. 여당이 야당 단독 처리에 강력히 반발하는 데다 윤 대통령이 박 장관 당시처럼 이 장관 해임 건의 역시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향후 정국 급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이 야당 단독 의결로 국회를 통과하자 “이재명 처벌을 저지하기 위한 얄팍한 속임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명분도 없고 실효적이지도 않은 일을 왜 기어이 저지르려 하는지 생각해보셨냐”며 “이재명의 체포와 처벌에 쏠린 국민 관심을 분산시키고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임건의안을) 대통령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우리는 즉각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표결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은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해임건의안을 남발해 헌법상 권한을 희화화하는 짓들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정쟁화를 일삼아 정부·여당 발목을 잡고 대선 불복을 하고, 방탄 국회를 만들어 자기 당 대표의 수사와 비리를 덮어가려는 책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규탄대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오늘로써 정치는 사망했다. 대표 1명 살리겠다고 169명의 국회의원을 인질로 만들어 협치의 상징인 국회를 수치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가결된 이 장관 해임 건의안과 관련, “국민의 명령”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수용을 압박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했을 때 대통령께서 또다시 헌법이 정한 국회의 책무를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수용을 촉구했다.

그는 “민주당은 (이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해 왔고 국회의장도 지난 1∼2일 본회의를 연기하며 대통령께 문책, (이 장관의) 자진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안다”며 “문제를 해소하려 했으나 전면 거부해 부득이 해임건의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해임건의안 강행이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 위해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다는 일각의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비상식적 억지 생트집”이라고 비난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해임건의안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윤 대통령이 계속 거부할 경우 국회의 권한을 다해 참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총회에서 “해임건의안 처리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해임건의안은 진실과 책임의 문을 여는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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