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주영래 기자] 다약제를 복용하는 뇌졸중 고령환자에서 한의치료를 병행할 경우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중풍뇌질환센터 권승원·이한결 교수팀(제1저자: 자생의료재단 이예슬 박사)은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기반으로 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통해 뇌졸중 고령환자의 다약제 복용과 한의치료 병행이 낙상 위험 및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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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 한방병원 연구팀 |
연구팀은 2015년 처음 뇌졸중 진단을 받은 65세 이상 총 2만5034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실시했다. 이 중 270일 이상 5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한 다약제군 1만11명을 선별한 후, 1년 내 침 또는 전침 치료를 외래 3회 이상 혹은 입원 1회 이상 받은 한의치료군 6809명과 비치료군 3202명으로 분류했다.
정확한 비교분석을 위해 나이, 성별, 질병력 등 주요 변수를 보정한 후 성향점수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을 통해 각 군당 3127명씩 균등하게 조정하여 3년간 추적 관찰했다.
분석 결과, 한의치료군은 비치료군 대비 전체 사망률이 약 34% 낮게 나타났다(HR 0.66, 95% CI). 반면 낙상률은 약 1.5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10개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초다약제복용군에서 한의치료가 낙상 위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사망률 감소 효과는 유지된다는 것이다.
권승원 교수는 "한의치료군에서 낙상률이 증가한 것은 뇌졸중으로 인한 기능장애 회복으로 이동성이 향상된 결과로 해석된다"며 "이는 환자의 활동도 증가를 의미하는 긍정적 지표"라고 설명했다.
사망률 감소에 대해서는 "한의치료가 뇌졸중 신경학적 증후 개선, 면역기능 강화 등을 통해 전반적인 생존율 향상에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한결 교수는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노년의학 분야에서 한의치료가 다약제 사용에 미치는 영향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라며 "한의사 주치의제도 도입 논의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약제 복용은 노인 환자에서 약물 상호작용, 부작용 증가, 복약순응도 저하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슈다. 이번 연구는 한의치료가 이러한 문제점들을 완화하면서 전반적인 임상 결과를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후향적 연구의 특성상 인과관계보다는 연관성을 보여주는 한계가 있으며, 한의치료의 구체적인 기전과 최적의 치료 프로토콜 확립을 위해서는 전향적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 and polypharmacy with fall risk and mortality in older adults with stroke'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harmacology(Impact Factor 4.8)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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