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론 만기 돌아오면서 경영악화·관리 비상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화와 경기 침체로 국내 증권사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2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가 지난 18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전체 23개 증권사의 PF 관련 분석결과 발표 내용에서 이같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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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부실화와 경기 침체까지 겹쳐 증권사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대규모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
사업장별 부도율과 회수액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별 분석을 통해 증권사 전체 PF 관련 손실액이 최소 2조3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증권사들의 PF 손실 규모는 2조8000억원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전망도 나왔다.
정효섭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대형사는 자기자본 대비 PF 손실 비중이 2%에서 4%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형사의 경우 해당 비중이 더 높아 최소 9%에서 14%까지 달해당장 재무부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내년 6월말까지 대출만기가 돌아오는 부실화된 PF로 인해 증권사들은 적어도 1조4000억원에서 최대 2조8000억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 연구원은 “대안으로 추진한 브리지론 대부분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온다”며 “향후 1년간 부동산 PF손실 부담이 과중한 상황이고 관련 업황이 계속 안 좋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사라고 해도 PF 외에도 해외 대체투자나 기업금융 규모를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은 금융권 전반적으로 마찬가지인데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2021년말 0.37%에서 작년말 1.19%, 올해 들어 6월말 기준 2.17%로 급등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2021년말 1.22%, 작년말 2.06%, 올해 6월말 기준 4.61%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 6월말 기준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 PF 대출잔액도 133조1000억원에 달하는데 작년말 130조3000억원으로 급증한 뒤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더욱이 8월말 기준 증권사들의 PF대출 연체율이 1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비상등이 켜졌으나 금융당국 차원의 묘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이날 증권·선물업체 감사·준법감시 담당자와 가진 ‘내부통제 강화 워크숍’에서 내부통제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화의 심각성은 내재한 위험이 줄지 않고 확산 일로에 있다는 점”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의 일부 지원책은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없고 시간 경과에 따른 연착륙을 유도할 뿐이란 사실을 명심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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