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입체시(立體視, stereopsis) 기능이 저하된 노인은 정상 수준의 입체시를 유지한 노인에 비해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최대 1.7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병원 연구진이 대규모 노인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고령사회 진입 속에서 고령층 인지기능 저하에 대한 조기 진단 및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단순 시력뿐 아니라 고차원적 시각 기능인 ‘입체시’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 필요성이 제기됐다.
▲경희대병원 연구팀. |
해당 연구는 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안과 김기영 교수 공동연구팀이 주도했으며, 70세 이상 지역사회 거주 노인 1,22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한국노인노쇠코호트(KFACS)의 참여자들로, 연구진은 입체시 기능 평가를 위해 ‘티트무스 검사(Titmus Stereo Test)’를 활용하고 인지기능 검사를 병행했다.
입체시 기능은 정량 기준에 따라 ▲우수 ▲보통 ▲나쁨 세 그룹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입체시가 낮은 그룹은 단어 기억, 전두엽 기능, 처리속도 등 다양한 인지 영역에서 유의한 저하를 보였다.
우수 그룹은 입체시 나쁨 그룹 대비 단어 기억력은 평균 1.2점(6.8%), 전두엽 기능은 1.3점(9.7%) 높았으며, 처리속도는 평균 30초(32.4%)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상생활 적응능력이나 학습능력, 사고력 등에서 입체시가 중요한 작용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시력, 청력, 기저질환 등 교란 변수를 모두 통제한 결과, 입체시 기능 저하 노인의 인지기능 장애 위험은 1.71배로 유의하게 높았다.
경희대병원 김기영 안과 교수는 “입체시는 단순한 시력이 아니라 뇌의 전두엽과 연결된 고유한 시각처리 능력”이라며 “이번 연구는 국내 일반 노인을 대상으로 입체시와 인지기능 간 연관성을 분석한 첫 사례로, 고령자 대상 안과 검진 범위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원장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정신상태검사(MMSE) 외에도 다양한 인지기능 평가 항목을 활용하고, 사회경제적 요인과 건강상태까지 면밀히 조정했다”며 “입체시 기능 저하는 낙상, 인지저하, 일상 기능 손실 등 다양한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정기적 검진과 사전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BMC Geriatrics 최근호에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입체시와 인지기능 간의 연관성(The association between stereoscopic vision and cognitive function on community-dwelling older adults: a cross-sectional study)’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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