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기업 임원들 짐 쌀 때 총수들 수백억 연봉 거머쥐어

유통·MICE / 주영래 기자 / 2025-03-23 13:52:46
내수 침체 속 대외환경 어렵다더니 직원들만 '고통 분담'
수백억대 연봉 받는 총수들… 위기 탈출은 직원들 '몫'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유통업계가 임직원 수를 줄여가며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임직원들이 고통 분담의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도 기업의 총수들은 수백억대 보수와 성과급을 받아 임직원들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주요 유통 대기업인 이마트, 신세계, 롯데쇼핑 등의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유통 대기업 3사의 미등기 임원 수십 명이 짐을 싼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뿐만 아니라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난 직원들도 2천309명에 달한다. 

 

▲ 유통업계가 위기속에서도 총수들은 수백억원대 연봉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메가경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유통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내지 못한 임원들에 대해 엄격한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 포함)는 지난해 말 기준 미등기 임원 수가 32명으로 전년(42명)에 비해 10명(23.8%) 줄었다. 이에 따라 이마트의 미등기임원 연간 급여 총액도 283억3천900만원에서 220억300만원으로 22.4% 감소했다.

특히 미등기임원 1인당 평균 급여는 6억7천500만원에서 5억9천800만원으로 11.4% 삭감됐다.

신세계 미등기임원도 43명에서 38명으로 5명(11.6%) 줄었고 미등기임원 연간 급여 총액도 297억2천만원에서 253억3천900만원으로 14.7% 감소했다.

롯데쇼핑도 미등기임원 수를 81명에서 75명으로 6명(7.4%) 줄였다. 다만, 미등기임원의 연간 급여 총액은 273억4천900만원에서 278억800만원으로 소폭 늘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미등기임원 수는 37명으로 같았지만, 연간 급여 총액은 169억2천만원에서 145억4천800만원으로 14.0% 준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 부진에 따라 유통 대기업들이 미등기임원 수를 줄이거나 급여를 삭감한 것으로 파악된다.

임원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대거 짐을 쌌다. 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 포함)의 직원 수는 2만4천548명으로 전년(2만6천13명)보다 1천465명(5.6%) 줄었고 롯데쇼핑 직원 수도 같은 기간 1만9천676명에서 1만8천832명으로 844명(4.3%) 감소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전사적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슈퍼마켓 체인인 이마트에브리데이와 G마켓(지마켓), SSG닷컴(쓱닷컴) 등도 동시다발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쇼핑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도 두 차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유통기업들은 국내 온라인 커머스 기업뿐만 아니라 C-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에 뒤처지며 실적이 악화하고 있어, 비용 절감 차원으로 임원 수를 줄이거나 인건비를 줄이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업황 침체로 임직원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감행하고 있지만 기업 총수들은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대 급여와 상여금을 두둑이 챙겨 ‘고통 분담’은 임직원들의 '몫'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해 200억원 이상 수령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에서 급여와 상여 등 59억7200만원, 롯데케미칼 38억원, 롯데칠성 34억9300만원, 롯데웰푸드 26억500만원, 롯데쇼핑에서 19억6400만원을 받았다. 아직 사업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은 호텔롯데, 롯데물산에서 받은 보수를 합하면 200억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CJ에서 급여 43억8200만원, 상여 112억4300만원 등 156억2500만 원을,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 37억4900만 원 등 총 193억7400만 원을 챙겼다.

그나마 신세계그룹은 오너일가도 임직원들의 고통 분담에 일조하는 모습이다.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 등 1세대 오너들은 올해 성과급을 받지 않았다. 2세대인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실적 악화에 따라 전년 대비 성과급 규모를 줄였다. 하지만 급여는 전년 대비 2.4% 감소한 36억 원을 받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어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위기의식이 팽배한다. 그룹의 총수를 비롯해 각 계열사 대표이사가 언급하는 인사말들을 살펴봐도 '위기'라는 단어가 빠짐없이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오너들의 수십, 수백억 원대 연봉을 받는 것을 보면 위기의식은 오롯이 임직원들의 ‘몫’인 것 같아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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