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구속의 의미, 카카오그룹 붕괴의 서막인가?

재계 / 이동훈 / 2024-07-23 14:14:53
SM엔터 인수 조작 혐의 구속,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카카오뱅크 지분 상실 위기, 경영쇄신 작업도 차질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로 구속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일각에서 이를 카카오그룹 해체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대두되는 가운데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황이다. 


23일 새벽 서울남부지법은 자본시장 위반 혐의로 소환된 김범수 위원장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최대 20일에 이르는 구속기간 동안 검찰로부터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정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당할 예정이다.

 

▲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의 기업지배권을 두고 하이브와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 주가를 상승·고정시키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하이브는 당시 9만5천원 수준인 SM주가를 12만원에 공개매수하려 했고, 이에 카카오가 더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주가는 15만8천원까지 뛰어올랐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은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와 손잡고 하이브의 SM 인수를 방해하기 위해 고의로 시세를 높였다는 혐의를 포착했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 구속 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김성수·이진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들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기에, 자회사 경영에는 한발짝 떨어져있던 김 위원장을 구속할 근거가 약하다고 보았던 탓으로 풀이된다. 내심 법원의 영장 기각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던 게 전날까지 카카오의 분위기였다.

김 위원장은 구속 전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다”고 말했지만, 이미 검찰이 상당수 증거를 확보했을 것이란 정황이 여러 포착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김 위원장을 소환조사한지 8일 만에 영장을 청구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부인하기 힘든 증거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검찰 관계자도 지난 17일 김 위원장의 혐의와 관련해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 계열사 전·현직 임원들 조사과정에서 결정적인 증언을 입수했다는 풍문도 나온다. 게다가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콜(호출) 몰아주기 의혹, 분식회계 혐의 카카오페이 가맹점 모집 과정서 불법 지원금 우회 수수 의혹, 바람픽쳐스 인수 의혹 등으로 김 위원장의 안위는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이와 같은 일련의 의혹들은 총수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며, 그 모든 중심에 김 위원장이 있다는 것이 검찰 아니 현 정부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구속 기간인 20일 이후에도 사법리스크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김 위원장에 대한 기소 절차를 밟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전 위원장의 구속은 단순한 개인의 법적 문제를 넘어 카카오라는 거대 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사건이다”고 전했다.

◆ 불확실성, 그룹 붕괴의 시작인가?

김범수 위원장은 카카오 설립 이후 20여 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카카오의 중심 인물이다. 그는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들을 이끌며 회사를 성장시킨 지배 주주이다.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 2019년 71곳에서 2021년 118곳, 2022년 136곳, 2023년 5월 기준 147곳으로 급증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은 카카오의 성장동력 상실을 의미한다. 그의 리더십과 비전 없이는 카카오의 미래는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그룹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의 공동 의장인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진행한 경영쇄신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김 위원장과 카카오의 위기는 카카오가 거대 공룡화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 경영진 8명이 한꺼번에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등 모럴해저드 논란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우세하다.

그렇기에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한 뒤 경영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에는 준법·윤리 경영감시를 위한 외부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출범했고 올해 2월에는 계열사 간 조율 기구였던 CA협의체를 그룹 전반의 의사 결정 기구로 확대 개편해 쇄신작업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경영쇄신과 미래 성장을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혁신, 해외사업 진출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 제국의 위기, 어디까지 번질까

무엇보다 법조계 안팎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검찰의 사정 칼날이 카카오 법인을 겨냥할 것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 핵심 계열사인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라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넘게 보유한 산업자본은 최근 5년간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그렇기에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6개월 안에 카카오뱅크 지분 10%만 남기고 나머지 17.17%를 다른 회사에 넘기거나 공개매각 해야 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이며, 지분을 잃는 것은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 또한, 카카오의 이미지 또한 크게 손상될 것이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가) 주주가치를 위한 투명성, 검찰의 수사에 적극적 협조,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진실하게 사과하는 등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23일 오후 1시 40분 코스피 기준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5.24%, 카카오뱅크는 -4.03% 하락하는 등 김 위원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 불안감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카카오 측은 메가경제에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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