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 ‘무설탕 소주’ 경쟁에 가격 인상 보류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지난해 일제히 오른 소주와 맥주 가격이 주세 인상과 원가 부담 등에 따라 올해 다시 상향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제로슈거 소주’ 경쟁이 한창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시장 우위를 내주지 않기 위해 가격 인상을 미루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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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트진로가 제로슈거로 리뉴얼한 '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제로슈거 소주 '새로' [사진=김형규 기자] |
지난 19일 기획재정부와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소주‧맥주를 비롯한 주류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류세금이 지난해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는 데다 원재료·부자재 가격, 물류비 등 오름세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은 작년보다 리터(L)당 30.5원 오른 885.7원이 될 예정이다.
소주의 경우 주세 인상은 없으나 원가 부담이 출고가 인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소주의 중 원료인 주정(에탄올)을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작년에 10년 만에 주정값을 7.8% 올렸다.
지난해 국내 주요 주류업체들은 소주와 맥주 출고가를 3∼6년 만에 일제히 인상한 바 있다. 국민 정서상 수년간 보류하던 주류 가격 인상 요인이 축적되다 모두 지난해 시장에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원가 부담이 올해 초까지도 이어지자 주류업체들은 올해 역시 출고가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주류회사들이 2년 연속 출고가를 올릴 경우 마트나 식당에서 파는 소주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올라왔다. 이에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 소주 한 병값이 6000원을 넘기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국내 소주 시장 1~2위를 다투는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가 이번 주류 가격 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시장 소주 가격이 제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무설탕 음료 유행을 소주에 접목한 ‘제로슈거 소주’ 경쟁 구도에서 양사가 서로를 견제하며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양사 모두 올해 주류 가격 인상 소식에 대해 아직은 소주 출고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는 이미 주정‧병뚜껑 등 원가 상승에 따라 각사 소주 출고가를 각각 7.9%, 7.2% 인상했다. 이에 통념상 ‘서민 술’로 인식되는 소주 가격을 2년 연속 올리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풀이된다.
이와 함께 양사는 각각 대표 상품 ‘진로’와 ‘새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제로슈거 소주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코카콜라 제로’, ‘펩시 제로’, ‘스프라이트 제로’, ‘칠성사이다 제로’, ‘웰치스 제로’ 등 무설탕 음료 유행이 소주 업계로 넘어온 셈이다.
이에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는 각각 자사 대표 상품 새단장과 신제품 출시를 통해 제로슈거 소주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선 형국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9월 처음처럼의 무설탕 신제품 ‘새로’를 출시하며 투명한 병, 구미호 캐릭터 등을 앞세워 시장에 먼저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 제로슈거 소주 후발주자가 된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아예 대표 상품 ‘진로’를 무설탕으로 리뉴얼해 재출시했다. 도수도 기존 17도에서 새로와 같은 16도로 낮췄다.
신제품을 기획하고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까지도 단행한 만큼 양사는 무설탕 소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가격 인상을 보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두 제품 모두 편의점 기준 소비자 가격은 1800원이며 음식점에선 5000~6000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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