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회장, 미래사업 재정렬...UAM 숨 고르기·로보틱스 실증 가속

자동차·항공 / 정호 기자 / 2026-01-28 16:25:17
현대차, 신사업 우선순위 재편… 로봇·AI에 무게
정의선, 로봇·AI 집중… ‘도심항공’은 속도조절

[메가경제=정호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미래 신사업 재편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한때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전면에 배치됐던 도심항공모빌리티(UAM)는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간 반면,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기술은 현장 실증 중심으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정 회장이 불확실성이 큰 '하늘'보다, 당장 수익성과 생산성 개선이 가능한 '공장'을 다음 승부처로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내 로비 전략을 재편하며 로보틱스 분야를 핵심 의제로 새롭게 포함시켰다. 그동안 수소차·전기차·UAM에 집중됐던 미래 모빌리티 로비 포트폴리오에 로봇 산업이 공식 편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UAM 관련 로비 항목은 지난해 4분기부터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미래 신사업으로 UAM과 로보틱스·AI에 모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최근에는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보다 분명해진 상황"이라며 "당장 실증과 수익 모델로 연결 가능한 로보틱스 쪽에 자원을 우선 배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로보틱스, '미래 구상'에서 '현장 실증'으로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실행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차량 의장(조립) 공정에 투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CES 2026에서 공개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핵심이다.

 

아틀라스는 전방위 시야 카메라와 촉각 센서를 기반으로 사람의 개입이 많았던 복잡한 공정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부품 분류를 위한 서열 작업 투입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의장 공정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 아틀라스.[사진=현대자동차그룹.]

 

로비 전략 변화도 같은 흐름이다. 미국 상원에 제출된 로비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내 로비에 342만5000달러를 집행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4분기 '로봇 발전을 위한 국가 전략 프레임워크(National Framework to Advance Robotics)'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로비 대상에는 미 상·하원과 교통부(DOT)가 포함됐다.

 

김 교수는 "로보틱스와 자율주행은 기술 경쟁력이 이미 주가와 기업 가치로 검증되고 있는 영역"이라며 "아틀라스 휴머노이드 로봇과 모셔널의 자율주행 기술은 현대차그룹의 확실한 무기"라고 평가했다.

 

◆ UAM, 후퇴 아닌 '내실 강화'

 

UAM은 상대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까지 UAM 관련 로비를 이어왔지만, 최근 보고서에서는 해당 항목이 제외됐다. UAM 자회사 슈퍼널의 독자적 로비 활동도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사업 축소가 아닌 내실 강화를 위한 구조 조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공존한다. 슈퍼널은 신재원 미래항공모빌리티 본부장 겸 최고경영자가 물러난 이후 결정권자 공백 상태에 놓였지만, 최근 HR·직원관리·항공 설계 수석 엔지니어 등 관리자급 인재 채용에 나서며 조직 재정비에 착수했다.

 

김필수 교수는 "UAM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앞두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조정으로 봐야 한다"며 "UAM은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동차보다 훨씬 더 큰 미래 먹거리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UAM 시장은 2035년 255억달러(약 29조원), 2040년에는 1조달러(약 1140조원) 규모로 성장할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슈퍼널을 통해 중형급 UAM 기체를 개발 중이며, 항공 인증과 제도 환경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미국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기체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은 제도 도입과 전문 인력 영입이 빠르게 이뤄지는 시장"이라며 "슈퍼널, 모셔널,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핵심 계열사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확장된 모빌리티, 순서를 바꾼 전략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구상은 기존 자동차 산업을 넘어선 확장된 비즈니스 모델을 전제로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자율주행을 담당하는 모셔널, UAM 자회사 슈퍼널까지 모두 하나의 큰 그림 안에 있다. 업계에서는 이 기술들이 결합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다만 정의선 회장은 '먼 미래'보다 '구현 가능한 근접한 미래'를 먼저 선택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순서대로 재배치한 실용주의 전략"이라며 "공장 자동화와 로보틱스를 통해 확실한 성과를 만든 뒤, UAM으로 확장하는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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