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책임 인정 없는 안전관리 예산 증액, 진정성 의심
영풍, 석포제련소 “숨진 근로자 유족 위한 대책이 최우선”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영풍이 사면초가에 빠져드는 모양새이다. 고려아연, 서린상사의 지배력을 상실한 데다 환경오염 논란, 근로자 사망 사건 등으로 석포제련소마저 조업 중단 위기에 처하면서 자칫 돈줄이 마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대구고등법원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1개월 30일 조업정지 처분에 대해 또다시 적법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는 환경부 중앙기동단속반이 2019년 4월17일부터 19일까지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석포제련소에서 폐수배출시설 중 아연 및 황산 제조 전해 공정 중 고효율 침전조의 폐수가 넘쳐 유출된 것 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경상북도는 2020년 12월29일 조업정지 1개월30일을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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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포제련소 [사진=연합뉴스] |
이에 따른 영풍의 손해액이 4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업계에서는 영풍이 주력 사업 석포제련소 재무구조 악화, 산업재해, 당국의 조업정지 처분 등이 겹쳐 올해 석포제련소 생산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반 토막 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영풍은 그 외 사정도 좋은 형편이 아니다. 지역 언론 등에 따르면 영풍은 고려아연과의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통해 울주군 온산선을 이용해 왔는데, 이를 놓고 남울주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영풍은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에서 생산한 황산을 온산항(울산항)으로 수송하기 위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20년 이상 이용해 왔다.
올해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며 지난달 30일부로 계약을 만료했다.
그런데 영풍은 고려아연의 계약 갱신 거절 조치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온산선 폐선을 원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산 것이다.
온양읍 주민은 “온산선’이 생기면서 44년간 도로와 주거지가 단절됐고, 위험물을 실은 열차가 도심을 관통해 다니면서 주민들은 하루하루 걱정 속에 살고 있다. 특히 신도시에 개설된 ‘발리동상로’가 ‘온산선’ 때문에 확장을 하지 못해 지역주민들의 피해가 크다”고 토로한다.
반면 영풍 측은 “만일 온산선이 폐지돼 철도 수송이 중단되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포항 등 타 지역 항구를 이용해 운송하는 방안도 어렵다”는 입장을 지역 주민들에게 밝혀 왔다.
일부 남울주 지역민들은 “(영풍은) 기업의 이윤만 챙길 뿐 그로 인해 타지역에 끼치는 악영향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6일 발생한 석포제련소 근로자 사망사건에 대한 여론의 시선도 곱지 않다. 당시 근로자 1명이 독성 가스로 사망하는 산재가 발생해 일부 공정이 가동 중단되기도 했다.
숨진 근로자는 유해가스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는 마스크 대신 먼지 차단 기능만 있는 마스크를 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석포제련소 사망사고는 1997년 처음 발생해 올해 3월까지 총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업계 일부는 이처럼 반복되는 인명 사고에 대해 영풍 측의 안일한 인식과 미흡한 안전조치가 사고를 키웠다고 진단한다.
다행히 영풍 석포제련소는 산재·사망사고 특별관리 방안을 마련 및 시행했다. 안전관리 시스템과 예산 및 조직을 대대적으로 보강하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설비 및 작업 방식을 개선한다는 게 핵심이다. 안전관리 예산도 지난해 103억원에서 올해 138억원으로 증액했다.
하지만 이같은 영풍의 노력에도 불구 정작 경영진의 책임 인정과 사과가 없어,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영풍측은 공식적인 사과 보다 피해자 유족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메가경제와의 통화에서 “영풍은 (보상문제) 협의 등 유족을 위한 대책에 최우선 순위로 두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유족과도 원만한 합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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