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전 고배 마신 동원그룹 "검토해 재도전"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 HMM 매각 작업이 최종 결렬됐다. 매각 측인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우선협상자인 하림그룹 간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없던 일로 돌아갔다.
7일 산업은행은 입장문을 통해 "7주에 걸친 협상기간 동안 상호 신뢰 하에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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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인수협상이 결렬됐다 [사진=연합] |
앞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 12월 하림그룹(팬오션·JKL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 및 주주간계약 협상을 진행했다. 하림그룹은 HMM 지분 57.9% 인수에 6조4000억원을 써내면서 동원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양측은 지난달 23일까지 협상을 끝낼 계획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이달 6일로 마감 시한을 연장한 바 있다. 하림 측은 주주 간 계약 유효기간 5년 제한과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의 인수전 제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매각 측은 이러한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하림도 팽팽히 맞서면서 결렬 수순을 밟게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협상 쟁점으로 작용한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제한을 두고 양측의 불신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림그룹은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필연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의 요구를 고려해 5년간 지분 매각 제한에서 JKL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매각대금의 자체 조달이 어려운 하림그룹 상황에서 JKL의 입장 반영이 불가피했다.
이러한 요구에 해진공은 즉각 반대했고, 하림 측은 JKL의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을 3년으로 줄여달라는 제안을 다시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해진공은 이 제안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고, JKL을 컨소시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역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모펀드가 HMM의 경영 안정화보다 엑시트 성과에 집중한다면 앞으로 '먹튀' 매각이라는 비난이 부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매각 작업 무산에 산은과 해진공은 HMM의 지분 57.9%를 그대로 보유하면서 당분간 채권단 관리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추후 HMM 재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나 업계 일각에서는 재매각 시점이 상반기를 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산은과 해진공은 주식 외에도 올해와 내년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영구채는 올해와 내년에 차례로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 이뤄져야 한다. 산은과 해진공은 배임 우려를 의식해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하림그룹은 협상결렬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림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간의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협상결렬을 산은과 해진공의 탓으로 돌렸다.
이어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에 대해 부당한 비난과 허위 주장들이 일부 언론과 노조 등을 통해 제기됐지만 일일이 해명하거나 대응할 수 없었던 것은 비밀준수계약을 성실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 때문이었다"고 인수 과정에서 기업 이미지 실추를 감수했다고 항변했다.
HMM 협상 결렬 소식에 하림 주가는 곤두박질 치고 있다. 오후 1시 기준 하림 주가는 전날 대비 15.24% 급락한 317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하림과 함께 HMM 인수전에 뛰어들어 고배를 마신 동원그룹은 HMM이 새로 매물로 나오게 되면 신중하게 검토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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