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세제 개편·패시브 자금 유입 본격화
금융주 재평가 분수령 7~8월 예상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국내 주요 은행 및 금융지주사들이 견고한 이익 체력을 바탕으로 2026년 하반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증권가는 단순한 양적 성장을 넘어 수익 구조의 질적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이후 총주주수익률(TSR) 중심의 투자 국면이 1막을 마쳤다면, 하반기부터는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과 생산적 금융 성과, 세제 개편에 따른 수급 변화가 주가를 좌우할 '2막'이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 8곳의 올해 지배주주순이익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19조2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순이자이익이 6.5%, 순수수료이익이 13.8% 증가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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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측부터)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 본사 이미지 [사진=각 사] |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으로는 순이자마진(NIM) 방어가 꼽힌다. 신한투자증권은 하반기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금리 상승 기조가 은행권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으로 총대출 성장률이 4~5% 수준에 머물더라도 금리 인상과 자산 리밸런싱 효과가 NIM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상반기 다소 둔화됐던 NIM이 하반기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연간 기준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주환원 50%' 시대…이젠 비은행 경쟁력 싸움
증권가가 하반기 금융주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로 꼽는 것은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공개될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다.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나 ROE(자기자본이익률)보다 TSR이 핵심 투자지표로 자리 잡으면서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부상했다.
특히 업종 대장주인 KB금융이 하반기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주주환원 재원 규모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KB금융의 올해 총주주환원율이 53%에 달하고 신한지주와 하나금융 역시 50%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단순 주주환원 확대만으로는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중장기 주주환원율이 50~55% 수준에서 안정화되고 있다"며 "향후에는 주주환원보다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기여도 확대 여부가 기업가치 상승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추가적인 ROE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성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미다.
하반기 금융주 투자 환경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변수는 세제 개편이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비과세 배당 확대가 금융주 수급 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에 대응해 주요 금융지주들이 배당 정책을 적극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우리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들이 2027년까지 비과세 배당 체계를 확대할 경우 개인 투자자와 ETF 등 패시브 자금 유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지분율이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국내 개인 투자자 중심의 안정적인 수급 기반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반기 금융지주사들의 또 다른 경쟁 무대는 생산적 금융이다. 지난 5월 출범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는 올해에만 30조원의 모험자본을 첨단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증권가는 이 과정에서 단순한 대출 공급을 넘어 금융지주 체제의 계열사 간 시너지와 종합 금융 역량이 본격적으로 검증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험자본 공급, 구조화금융 투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펀드 조성 등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주선 능력이 성과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둘러싼 금융 주선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KB금융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신안 해상풍력 프로젝트 금융 주선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신한지주는 AI 고속도로 전략펀드 조성을 통해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신증권은 우리금융에 대해 "보험사와 증권사 인수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 반영되면서 경쟁사 대비 높은 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며 "총주주환원 규모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PBR 1배 시대 열린다"…입법 변수도 주목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금융지주 평가 기준이 단순 실적에서 자본 효율성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금융지주사의 투자 매력을 평가할 때 CET1(보통주자본) 비율에 기반한 자산 리밸런싱 능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위험가중자산(RWA)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생산적 금융 분야에 자본을 배분할 수 있는 금융지주가 장기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키움증권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과 'PBR 1배법'을 주요 주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저평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 지주사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사주 소각과 가치 제고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주 전반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하반기 금융주의 투자 포인트는 단순 실적 증가나 주주환원 확대를 넘어 비은행 경쟁력과 자본 효율성, 생산적 금융 역량 등 수익 구조 전반의 질적 변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공개될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 세제 개편에 따른 자금 유입 흐름이 맞물리는 7~8월이 금융주 재평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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