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민 불복종’ 확산...네티즌, SNS 통해 쿠데타 반대·수치 고문 석방 등 촉구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미국이 미얀마 군부의 정권 장악을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대외 원조 재검토와 제재를 무기로 압박에 나섰다.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통일된 의견을 결정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직접 성명을 내고 군부의 권력 포기와 구금자 석방 등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트럼프 정권 시절과는 달라진 양상으로 미국이 실력행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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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 사태에 대해 동맹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워싱턴 AP=연합뉴스] |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무부는 이번 사태가 쿠데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쿠데타로 규정되면 미국의 일부 원조에 자동으로 제한이 가해진다. 또 모든 원조 프로그램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소수 이슬람 민족인 로힝야족을 포함해 인도적 지원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군부 지도자는 물론 그들과 연관된 기업들에 대한 제재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군부가 부정 선거를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부정행위에 관한 믿을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미국이 쿠데타 규정한 것과는 달리, 유엔 안보리는 15개 회원국이 모여 성명 초안을 작성했으나 상임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본국에 이를 보내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해 최종 확정되지 못했다고 AP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성명 초안에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고 군부를 규탄하는 동시에 구금된 정치 지도자 전원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얀마 쿠데타에 제재를 포함한 강경 대응을 모색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을 위시한 집권 세력뿐 아니라 군부와도 관계가 밀접한 편이다.
유엔 안보리 순회 의장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 대표는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회의 뒤 "안보리 회원국들이 미얀마 군부의 행동에 국제적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보리에서 계속 논의할 것"이라며 "(미얀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기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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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군의 민 아웅 흘라잉(왼쪽) 최고사령관이 지난 2015년 12월 2일 수도 네피도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집권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와 악수를 하는 모습. [네피도 AFP=연합뉴스] |
미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2012년 이후 폭력 퇴치, 민주주의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위해 미얀마에 거의 15억 달러를 제공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주의 궤도를 뒤집은 이들의 책임을 묻고 민주주의와 법치 존중을 지지하기 위해 역내와 전세계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현재 진행되는 것에 대해 군사적 해법이나 조처가 필요하다고 당장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러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미얀마 국내에서는 군부의 전격적인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점차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3일 외신 및 현지 SNS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를 전후로 최대 상업도시 양곤에서 일부 시민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냄비나 깡통을 두들기는 방식으로 쿠데타에 대한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구금된 아웅산 수치 고문이 성명을 통해 시민들에게 쿠데타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를 벌이라고 촉구한 데 대한 호응으로 보인다.
AP통신은 "북 등을 두드리는 행위는 미얀마 문화에서는 악마를 쫓아낸다는 것과 같다"는 한 시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많은 미얀마 네티즌은 쿠데타로 언론 보도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SNS를 통해 전세계에 쿠데타 반대 및 수치 고문 석방 등을 촉구했다.
일부 K팝 팬은 한국어로 적힌 '군부 쿠데타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팻말이 등장한 트윗도 게재했다.
최소 20개 국립 병원의 의료진도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에 동참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다만 이같은 항의 움직임은 거리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1988년 9월 민주화 운동 때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3천여 명이 숨지는 등 유혈 탄압의 역사를 갖고 있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현지시간) 새벽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얀마군은 TV를 통해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뒤 "권력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 이양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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