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141표·반대 5표·기권 35표...중국·인도·이란 등은 기권
러시아·북한·벨라루스·에리트리아·시리아 5개국만 반대표 던져
한국은 찬성·북한은 반대...“러 침공 강력 규탄” vs “美패권 정책 탓”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무조건적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유엔총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됐다.
유엔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가해 당사국인 러시아를 비롯, 북한, 벨라루스, 에리트리아, 시리아 등 5개국뿐이었다. 그밖에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 인도, 이란 등은 기권했다.
![]() |
▲ 유엔 긴급특별총회 모습. [유엔(UN) 홈페이지 캡처] |
이번 긴급특별총회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유엔 역사상 11번째로 열렸다. 긴급특별총회 소집의 근거가 된 '평화를 위한 단결'(Uniting for Peace) 결의는 한국전쟁 때 소련(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기능이 마비된 것을 계기로 채택된 바 있다.
유엔총회에서 이번 결의안과 같은 중요 안건이 채택되려면 193개 전체 회원국 중 표결 참가국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유엔총회 결의안 채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140개국 이상의 찬성표를 얻은 만큼 러시아로서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채택된 결의안은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 내에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즉각, 완전하고 무조건적으로(immediately, completely and unconditionally) 모든 군사력을 철수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의안은 "러시아의 2월24일 '특별 군사작전' 선언을 규탄한다"며 "무력 사용 또는 위협으로 얻어낸 영토는 합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데 대해서도 "러시아의 핵무력 태세 강화 결정을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결의안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개탄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무조건적으로 군병력을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 우크라이나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에 대한 약속 재확인 ▲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무력 사용 즉각 중단 요구 ▲ 벨라루스의 불법 무력사용에 대한 개탄 등의 내용이 결의안에 명시됐다.
앞서 안보리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지난달 25일 결의안 채택을 시도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막히자 긴급특별총회를 소집해 총회 차원의 결의안을 추진했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한 결의안에는 한국을 포함해 거의 100개에 가까운 나라가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규탄하면서 서방이 주도하는 철군 요구 결의안에 공개 동참한 한국과 달리, 오히려 사태 책임을 미국에 돌린 북한은 전날 예고한 대로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다.
앞서 지난 1일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유엔 긴급특별총회 2일차 회의에서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이에 따라 한국은 유엔 안보리와 총회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회원국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어떠한 행동도 규탄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을 존중하고 러시아군이 즉각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전적으로 다른 나라들을 향한 고압적이고 독단적인 태도에 심취한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정책에 있다"며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김 대사는 "미국과 서방은 법적 안보 보장을 제공해달라는 러시아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면서 더욱 노골적으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을 추구하고 공격무기 체계를 배치함으로써 조직적으로 유럽의 안보 환경을 약화시켰다"고도 주장했다.
결의안이 채택된 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유엔총회의 메시지는 크고 분명하다(loud and clear).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적대 행위를 끝내고 총성을 멈추며, 대화와 외교의 문을 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출처=연합뉴스·유엔홈페이지>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