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삼척 산불 주불 213시간만에 진화...축구장 2만9304개·서울면적 1/3 잿더미

사회 / 류수근 기자 / 2022-03-13 11:58:26
잔불 진화체제 전환...“헬기 20대·야간 열화상 드론 6대 대기”
국내 최장기 산불 기록 경신…‘역대급’ 산림피해 수습에 진력
주택 등 시설 643개소 소실…한울원전·금강송 군락지는 지켜
피해조사·피해주민 지원...담뱃불 가능성등 발화원인도 조사

경북 울진·강원·삼척 산불이 역대 최장기간인 213시간여만에 진화됐다. 최장기간의 이번 산불로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에 가까운 규모의 면적이 불타며 역대급 산림피해를 기록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13일 오전 경북 울진군 죽변면 산불현장 지휘본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경북 울진에서 발생해 강원 삼척까지 확산된 울진·삼척 산불의 주불 진화를 오늘 오전 9시부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 브리핑하는 최병암 산림청장. [산림청 제공]

이로써 지난 4일 오전 11시17분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은 213시간43분만에 주불이 진화됐다.

198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장기간 산불이었던 2000년 강원 동해안 산불 191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긴 시간이다.

최 청장은 “산불은 오늘까지 9일 간 진행됐으며 울진군 4개 읍·면, 삼척시 2개 읍·면이 잠정 피해지역으로 확인됐다”며 “총 진화소요시간은 13일 9시부로 213시간이 경과했다”고 설명했다.

 

진화 막바지에는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소광리(울진군 금강송면)를 지켜야 하고, 울진군과 삼척시 경계에 있는 응봉산(해발 998.5m)의 절벽지, 급경사지 등 험준한 산세에 막혀 총력전에도 강력한 기세의 주불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마침내 성공했다.

최 청장은 “주불진화가 완료됐지만 피해구역이 넓어 남아있는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행히 오늘 내리는 비가 잔불을 꺼주면 좋겠지만 비가 적게 내릴 것에 대비해 헬기 20대, 야간 열화상 드론 6대를 대기시키고, 잔불진화와 뒷불감시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부터는 현재의 진화대응 단계를 수습·복구 단계로 전환해 피해조사와 피해지역 주민의 조기 생활안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동해안 대형 산불 발생 열흘째인 13일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덕풍계곡 일대에 단비가 내리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이번 울진·삼척 산불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재산피해와 산림피해는 모두 역대급으로 막대하다.

주택 319채, 농·축산시설 139개소, 공장·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등 31개소가 소실되는등 총 643개소가 손실되는 재산피해를 입었다.

산불로 인한 피해영향구역은 울진 1만8463헥타르(ha), 삼척 2460ha 등 모두 2만923ha에 달했다. 축구장(0.714㏊) 넓이의 2만9304개에 달하는 넓은 면적이다. 서울 전체 면적(6만520ha)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이 지역과 비슷한 시기에 산불이 발생했다가 진화한 강릉·동해 산불 피해면적 4천ha까지 포함하면 역대 최대 피해 규모다.

이 중 실제 산림피해면적은 잔불까지 완전히 제거한 뒤 정밀조사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

지난 4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발생 초기 건조한 날씨와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5m에 이르는 태풍급 강풍이 불면서 울진 한울 원전, 액화천연가스(LNG)기지 등 국가기간 시설과 인구밀집지로 빠르게 확산했다.

태풍급 강풍은 우리나라 전역에 불던 서풍이, 봄철 양양과 강릉 일대에서 일어나는 국지적 강풍인 ‘양간지풍’과 만나 태풍급 강풍을 만들어냈다. 지난 2019년 2명의 인명피해가 나고 주택 900여개를 불태웠던 강원도 고성 산불과 유사한 양상이었다.

이에 산림 당국은 시설물과 민가보호에 주력하며 진화에 전력을 기울였다.

산불이 천년고찰 불영사 인근까지 남하하는 것을 저지했고, 수백년 자란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까지 확산함에 따라 핵심구역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전략을 총 동원해 필사의 방어를 하며 진화작업을 진행했다.

문하재청은 불영사 인근인 대흥리까지 산불이 번지자 6일 저녁 보물 '불연' 2점과 보물 '영산회상도', 경북유형문화재 '신중탱화' 등 모두 4점의 문화재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급히 옮겼고 옮기기 어려운 불영사 삼층석탑에는 방염포를 둘러놓았다.

산불 진화를 위해 그동안 산림청 헬기와 장비를 집중배치하는 한편, 지연제(리타던트) 살포, 이동저수조 설치, 수리온 헬기 야간 진화, 특전사·해병대 등을 투입했다.

이번 산불은 두천리 야산 도로변에서 발화한 뒤 불이 순식간에 산 정상 부근으로 번졌다.

산림당국 등은 산불이 발생한 4일 오후 해당 지점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결과 도로변에서 불이 맨 처음 발생했기 때문에 담뱃불 등 불씨에 의한 실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림청은 경찰 도움을 받아 발화 시점 전후로 발화 지점 인근을 지나간 차량 4대의 번호와 차종을 파악한 데 이어 차주 주소지를 확보해 경찰, 울진군 등과 함께 조사하고 있다.

주불 진화를 끝내고 잔불 진화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앙수습·복구 대책지원본부’로 전환해 주택소실 등에 대한 다각적인 피해지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산림분야 조사·복구 추진단’을 구성해 신속한 산림피해조사와 산사태 등 2차 피해방지를 위한 응급복구, 경제림 조림 및 산림생태계 복원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최 청장은 “이번 산불로 안타깝게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이재민 여러분과, 주택·공장 등 크고 작은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산림청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며 “주거나 영농지원 등이 신속히 이루어져 빨리 정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 지방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산림청이 정한 ‘대형산불 특별대책기간’은 3월 5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라며 “앞으로도 언제든지 이번 울진·삼척 산불과 같은 대형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소중한 숲이 사라지지 않도록 산불예방·감시·신고에 대한 국민여러분의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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