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發 ‘256억 달러 유입’ 기대감…원·달러 1400원대 문 열까

금융·보험 / 이상원 기자 / 2026-07-12 11:46:25
용인 클러스터·청주 P&T7 등 국내 투자 집중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공모를 통해 마련한 약 265억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릴 핵심 수급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첨단 패키징 공장 등 국내 투자가 본격화하면 상당한 규모의 달러가 원화로 환전될 수 있어서다.

다만 투자 집행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해외 장비 구매를 위한 외화 결제도 예정된 만큼 조달 자금이 단기간에 모두 국내 외환시장에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미국 나스닥에서 ADR 거래를 시작했다. 공모가는 주당 149달러로 확정됐으며 총 공모 규모는 약 265억 달러, 원화로 약 40조원에 달한다. 공모대금은 오는 14일 납입될 예정이다.
▲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 벨'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타종을 하며 나스닥 ADR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확보한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P&T7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등 생산능력 확대에 활용할 계획이다. 자금 사용처가 국내 설비투자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달한 달러 가운데 상당 부분은 원화로 환전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EUV 장비와 같은 해외 설비는 외화로 결제해야 해서 전액이 원화로 바뀌기보다 국내 공사와 장비 도입 일정에 맞춰 원화·외화로 나눠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달액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국내 시장에 실제 공급된 달러보다 많다. 당시 통화스와프 한도는 600억 달러였지만 한국은행이 여섯 차례 입찰을 통해 공급한 금액은 198억7200만 달러였다. 단순 규모만 놓고 보면 이번 ADR 공모대금이 당시 실제 공급액을 약 66억 달러 웃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미 실제 환전보다 앞서 기대감이 반영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실제 지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7원 내린 1501.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499.3원까지 밀리며 사흘 연속 1500원을 밑돌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달러 공급을 예상한 수출업체와 중공업체 등의 선제적 달러 매도가 환율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하방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 압력이 점차 완화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원화 환전 수요가 집중되면 환율이 1500원 초반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특히 실제 환전 물량이 예상보다 크게 출회될 경우 1400원대로의 하향 돌파 시도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번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는 점도 원·달러 환율의 상단을 제한할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소매판매 등 주요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달러 강세가 재차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 곽노정 SK하이닉스 CEO가 나스닥 '오프닝 벨' 행사에서 AI 메모리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달러를 일시에 매도하기보다는 투자 일정에 맞춰 수개월간 분할 환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중하순부터 환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국내 시설투자에 필요한 원화를 마련하기 위해 달러 매도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분석했다.

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하루 약 10억 달러씩 분할 환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며 실제 달러 공급 효과가 오는 8~9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에는 이 같은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ADR 자금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용인 클러스터와 청주 공장 투자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SK하이닉스가 환율 변동을 감수하면서 달러를 서둘러 원화로 바꿀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상장 주식을 매도하고 달러로 거래되는 ADR로 옮겨갈 가능성도 변수다. 이 경우 국내 주식 매도와 달러 환전이 맞물려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원화 약세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ADR 자금이 원·달러 환율을 얼마나 끌어내릴지는 전체 조달액보다 실제 원화 환전 규모와 속도에 달릴 전망이다. 265억 달러라는 총액은 외환시장에 상당한 심리적 안정 효과를 줄 수 있지만, 환전이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분산되면 하루 단위의 공급 충격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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