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도 게임사가 만들면 다를까…"스토리·캐릭터로 승부"

게임 / 김형규 / 2021-11-08 09:40:46
스마일게이트, 넷마블, 펄어비스 등 개발·투자 활발
'스토리텔링', '캐릭터 매력', '소비자와의 유대' 강점

세계적 흐름이 된 가상인간 개발 경쟁에 국내 IT업계도 적극적으로 뛰어든 가운데, 서사와 캐릭터 제작에 강점을 갖춘 게임기업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가상인간은 실제가 아닌 가상의 존재지만 마치 연예인처럼 기획해 제작한 캐릭터를 뜻한다. 그 활동 방향에 따라 ‘버추얼 인플루언서’, ‘디지털 휴먼’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 스마일게이트의 가상인간 '한유아' [스마일게이트 제공]

 

실존 인물의 목소리·신체 등을 가상의 얼굴과 합성하는 방식도 활용된다. 초기엔 기술력을 갖춘 IT기업과 시각효과 개발사 중심으로 탄생했지만 최근 연예기획사·가전회사·유통기업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개발에 나섰다. 이 중엔 다수의 게임기업들도 포함된다.

특히 게임개발사들은 3D모델링 기술과 스토리텔링 노하우 등 가상인간 개발의 필수 요소를 이미 갖추고 있어 더욱 적극적 행보를 보여준다. 가상인간을 보유할 경우 게임사는 소속 연예인 없이도 광고계와 K팝 산업 등 매니지먼트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 스마일게이트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세아' [스마일게이트]

 

가상인간 활용에 한발짝 빠른 움직임을 보인 게임기업은 스마일게이트다.

스마일게이트의 ‘세아’는 지난 2018년 7월에 게임 ‘에픽세븐’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캐릭터지만 이후 해당 게임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인플루언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주 활동영역은 유튜브나 트위치 등의 스트리밍이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 수는 7만 4000명대를 넘어섰다. 

 

스마일게이트는 세아에 이어 지난 8월 새로운 가상인간 한유아도 개발했다. 한유아는 가상현실(VR)게임 ‘포커스온유’ 게임 속 주인공이자 SNS 인플루언서로도 활동 중이다. 게임 캐릭터 디자인이 도드라진 세아와 달리 한유아는 더욱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으로 외모를 구현했다.
 

▲ 스마일게이트의 가상인간 '한유아', VR게임 '포커스온유'의 주인공이다 [스마일게이트 제공]

 

넷마블의 경우 가상인간을 통해 K팝 콘텐츠 사업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달 자회사 넷마블에프엔씨가 설립한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가상 아이돌 걸그룹 개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콘텐츠·매니지먼트 전문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다.
 

▲ 넷마블에프앤씨의 가상 아이돌 콘텐츠 제작사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이미지 [넷마블 제공]

 

가상인간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전문 제작사를 인수한 게임사도 있다. 모바일게임 전문 개발사 넵튠은 지난해 11월 가상인간 ‘수아’의 제작사 온마인드에 15억 원 규모 지분을 투자하며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온마인드는 게임 3D캐릭터 개발자들이 주축으로 창업한 회사다. 수아는 공개 당시 국내 최초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가상인간으로 주목받았다.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와 마찬가지로 수아도 실제 인간 여성에 가까운 사실적 외모가 특징이다.
 

▲ 넵튠이 지난해 11월 인수한 온마인드의 가상인간 '수아' [온마인드 홈페이지 캡처]

 

펄어비스의 경우 가상인간 사업 진출을 염두해 해외 전문기술업체에 투자했다.

펄어비스는 지난 5일 북미 디지털 휴먼 제작사 하이퍼리얼에 30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알렸다. 하이퍼리얼은 실제 유명인 외형 스캔을 기반으로 한 사실주의 디지털 아바타 '하이퍼모델'의 제작사다.

최근 폴 매카트니가 젊은 시절 모습으로 등장한 뮤직비디오 '파인드 마이 웨이(Find My Way)'에 하이퍼모델이 적용됐다. 사실적 묘사로 인한 자연스움이 특징이다.

 

▲ 폴 매카트니 뮤직 비디오 'Find My Way'에 등장한 그의 젊은 시절 모습. [펄어비스 제공]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게임개발사들의 서사 개발 능력과 캐릭터 창작에 대한 역량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VR(가상현실)게임 등을 통한 가상인간 활용도 주목할만하다고 내다봤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 겸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사는 스토리텔링과 캐릭터의 매력을 연구하는 데 특화돼 있다”며 “대중이 가상인간에게 원하는 건 사실적이고 완벽한 외모가 아닌 공감대라는 점에서 서사와 캐릭터에 강한 게임업계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윤기영 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는 “가상인간은 아직 가짜라는 인식 때문에 대중이 실제 교감하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는 게 약점”이라며 “반면 게임사가 VR게임 등으로 직접 가상인간과 교감하고 함께 활동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대중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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