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LA갈비 가격 동결…대량매입·신규 산지
농협 가치소비·홈플 물가방어…추석 전략 다변화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추석 대목을 앞두고 유통업계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는 단순한 가격 할인과 선물세트 확대를 넘어 미식·문화 등 체험형 콘텐츠부터 멤버십, 생성형 AI까지 고객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 두드러진다. 고물가 속 실속 소비 수요를 잡고 명절 소비자를 선점하려는 유통가의 추석선물세트 전략을 짚어본다.-편집자주-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슈퍼와 이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들은 올 추석을 앞두고 PB와 해외 직소싱, 대량 선매입, 신규 산지 발굴 등을 활용해 명절 대표 상품의 원가 상승 부담을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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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상품 기획과 조달 단계부터 비용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AI] |
환율과 해외 원물 가격 상승, 농축산물 생산비 증가 등이 겹치면서 판매 단계의 할인 혜택만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상품 기획과 조달 단계부터 비용을 낮추는 쪽으로 전략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롯데마트·슈퍼는 PB를 처음으로 명절 선물시장에 투입했다. 2023년 론칭한 마스터 PB ‘오늘좋은’ 이름을 내건 첫 명절 상품으로 ‘오늘좋은 매일견과 80봉 선물세트’를 선보이며 일상 먹거리와 생필품 중심이던 PB의 영역을 명절 선물까지 넓혔다.
특히 견과류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가격대에 수요가 집중되는 대표적인 실속형 선물이지만, 올해 주요 원물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품목이다. 롯데마트·슈퍼는 이에 대응해 원물 조달부터 상품 제작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손봤다.
통상 여러 수입업체를 통해 원물을 각각 조달한 뒤 제조업체에 모아 완제품으로 제작하는 방식과 달리, 원물 조달과 가공 역량을 갖춘 해외 전문 파트너사를 통해 원물의 수입부터 배합, 소포장, 완제품 제작까지 한 곳에서 진행하도록 했다. 분산돼 있던 상품화 과정을 일원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아몬드 시세가 전년 대비 30% 이상 오른 상황에서도 전체 원물의 40%를 아몬드로 구성한 것에 더해 인기 견과로 꼽히는 마카다미아와 구운 캐슈넛까지 담는 등 상품 구성을 유지했다. PB를 단순한 저가 상품이 아니라 유통사의 소싱 역량을 가격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셈이다.
이마트는 명절 수입육 대표 상품인 LA갈비 가격 방어를 위해 선매입과 산지 다변화를 꺼내 들었다. 대표 상품인 호주산 LA식 꽃갈비 세트의 판매가격을 지난해 추석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며 원가 상승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전가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 미국산과 호주산 소고기는 현지 사육두수 감소와 환율 등의 영향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7월 미국산 소고기 수입단가는 전년 대비 11.7%, 호주산은 17.8% 올랐다.
이마트는 명절을 앞두고 냉동육 보관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에 물량을 대량·통합 매입해 상대적으로 낮은 시세에 재고를 확보했다. 가격이 오른 뒤 할인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오르기 전에 물량을 확보해 원가 자체를 낮추는 방식이다.
산지도 넓혔다. 기존 미국과 호주 중심이던 LA갈비 공급처에 아일랜드를 추가해 올해 추석 ‘아일랜드 자유방목 LA식 꽃갈비 세트’를 처음 선보인다. 기존 산지 가격이 오르자 판매가를 끌어올리는 대신 새로운 공급처를 발굴해 대체 선택지를 만든 것이다.
LA갈비는 이마트 수입육 선물세트에서도 핵심 품목이다. 올해 설 기준 미국산과 호주산 LA갈비 선물세트 매출은 전체 수입육 선물세트 매출의 약 63%를 차지했다. 주력 품목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조달 방식과 산지 구성을 동시에 손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가격 방어 전략은 사전예약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이마트가 지난달 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1차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은 전년 추석 같은 기간보다 21.2%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산과 호주산 LA식 꽃갈비가 축산 선물세트 매출 1·2위에 올랐다. 이마트는 산지 다변화와 대량 매입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인 점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했다.
롯데마트·슈퍼와 이마트의 사례는 올해 대형마트 가격 경쟁이 상품이 매장에 진열된 이후가 아니라 그 이전 단계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PB를 활용해 상품화 과정을 단순화하고, 가격이 오르기 전에 물량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산지를 발굴하는 등 공급망 단계에서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가격 경쟁이 조달 단계로 내려가는 가운데 소비자의 선택 기준도 가격 하나에 머물지는 않고 있다. 농협유통은 국산 농축수산물과 저탄소 인증 농산물을 앞세워 실속 소비와 가치소비를 겨냥했다. 저탄소 인증 사과·배·샤인머스캣 세트를 비롯해 우리 쌀 간편식과 한우곰탕 등 실용적인 상품을 함께 구성했다.
가격만 낮추기보다 품질, 생산지, 건강, 환경까지 명절 선물의 선택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특히 저탄소 농산물 선물세트는 소비자의 명절 구매가 농업인의 판로 확대와 저탄소 농업 확산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홈플러스는 가격 방어 범위를 선물세트에서 추석 장바구니 전체로 넓혔다. 추석 물가잡기 캠페인 ‘홈플 is Back’을 통해 한우·한돈과 LA갈비, 과일, 채소, 수산물, 계란, 닭고기 등 명절 상차림 품목을 비롯해 장류와 식용유, 냉동식품, 생활용품까지 행사 대상을 확대했다.
선물 구매뿐 아니라 차례상과 가족 식사 준비까지 명절 소비 전반의 체감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이 선물세트에서 제수용품과 일상 장보기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도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명절 선물 경쟁의 무게중심이 단순 할인에서 안정적인 가격과 조달 경쟁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상품의 고급화나 할인 폭 못지않게 안정적인 가격을 얼마나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느냐가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도 “최근 명절 선물세트를 고를 때 품질뿐 아니라 가격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대량 매입과 국내외 산지 다변화를 통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도 식품업계의 원자재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할당관세 적용과 원료구매자금 지원, 규제 개선 등을 추진하며 원가 단계의 부담 완화에 나섰다.
추석 성수품 공급도 확대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과·배·한우·계란 등 13대 성수품을 추석 3주 전부터 평시 대비 1.6배 수준인 16만3000톤까지 늘려 공급하고 있다. 개별 유통사의 판촉을 넘어 정부도 공급량과 원자재 비용을 동시에 관리하며 명절 물가 안정에 대응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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