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무비] '타워링'의 악몽...LH·GS건설 '순살자이' 부실시공

칼럼 / 이동훈 / 2024-06-21 11:48:20
안일한 시공이 낳은 건설업의 폐단
22대 국회에 넘겨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논란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안전이냐, 이윤이냐?” 1974년 개봉한 영화 ‘타워링’은 샌프란시스코 소재 세계 최대의 고층 빌딩 ‘글라스 타워’의 개장 기념파티 현장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이 흥겨워야 할 연회는 곧 악몽으로 변한다.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 사이에, 81층의 창고 배전반에서 스파크가 발생, 인화물질로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하고 주변으로 번지며 대형 참사의 시작을 알린다. 

 

재난 영화의 대명사 ‘타워링’의 경고는 오늘날에도 이어진다. 지난해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사고가 대표적이다. 

 

▲ 영화 '타워링' [자료=네이버영화]


영화 ‘타워링’의 참사는 공사비를 아끼려 값싼 자재와 부적절한 시공방법으로 건물을 지은 것이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부실시공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출동한 소방대들이 초기 진압에 실패하고, 가스관이 연속 폭발하면서 빌딩 전체로 불길이 번진 것이다.


2023년 4월 29일 발생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사고’. GS건설이 시공하고 LH가 시행한 이 아파트 단지에는 권장된 자재가 아닌 값싼 자재 심지어 철근 일부는 누락된 정황이 발견됐다. 바로 국내 건설업계에 대형 악재를 몰고온 ‘철근 누락 아파트’ 사건들의 시작이었다.

이보다 앞선 2018년 1월 26일 경상남도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47명이 사망하고 143명이 부상을 입었다. 원인은 병원 측이 12차례 불법 증·개축을 하면서도 스프링클러 하나 설치하지 않은 안전불감증이 꼽힌다.

만약 그날 밀양 세종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 사건을 계기로 대형병원에서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스프링클러는 초기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례로 군포소방서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5년간 군포시의 화재현장에서 자동소화설비가 작동한 경우는 80건이고, 이로 인해 1천 6백억원의 재산피해를 줄였다.


▲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대형병원의 스프링클러 의무화 법안은 2026년까지 유예됐다. 마치 타워링의 비극을 되풀이하려는, 안전 미로의 악몽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유예는 안전보다는 이윤을 우선시하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지적한다. 설치 비용 부담을 이유로 안전을 외면하는 행위는 또 다른 타워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영화 ‘타워링’은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닌 우리 사회의 안전 문제에 대한 경고이자 반성의 메시지다. 그리고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유예는 타워링의 그림자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영화 ‘타워링’에는 대형 화재 원인을 제공했던 건물주가 항의하는 설계사에게 “나는 건축법을 어기지 않았어”라며 변명을 늘어놓는 장면이 있다. 그렇지만 영화 말미,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해”라며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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