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이상 거래 징후 분명했는데도 리스크 관리 부족 논란
[메가경제=장익창 대기자] 영풍제지가 1일 주식시장 개장 후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한국거래소의 2015년 6월 가격제한폭 전 거래일 대비 ±15%에서 ±30%로 확대 이후 최장 기록을 새로 쓰게 됐다. 이로 인해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영풍제지의 종목 증거금률을 최저 수준으로 설정해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종을 방치하고 계좌를 악용당한 것으로 드러난 키움증권의 손실 규모도 불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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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풍제지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윤모씨와 이모씨가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영풍제지 이전까지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최장 하한가 기록을 가진 상장사는 올 4월 이른 바 '라덕연 세력 주가조작 사건'으로 불리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에 엮여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대성홀딩스와 서울가스였다.
영풍제지 주가는 1일 장 시작 후 전 거래일 대비 29.99% 하락한 1주당 5720원 하한가에 묶여 있다. 매도 잔량이 2888만주에 달하해 이날 장 마감까지 하한가를 탈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영풍제지 하한가는 지난 9월 8일 장중 기록한 52주(1년) 최고가인 5만 4200원에 비해 무려 90.18%나 빠진 상태다. 영풍제지 주가는 지난 10월 19일 주식 매매 거래정지 전 3만 3900원에서 같은 달 26일 거래정지가 해제된 후 이날까지 83.1%나 급락했다.
영풍제지가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키움증권의 손실 규모도 크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한가 기록 횟수가 많아질수록 키움증권의 손실액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영풍제지의 경우 불분명한 이유로 지난 10개월간 주가가 12배이상 급등하는 등 이상징후가 확연해 증권사로는 리스크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불과 1년전인 지난해 11월 7일 장중 영풍제지 주가는 1주당 3634원으로 52주 최저가를 기록했으나 이후 올 6월 이후 급등세를 보이더니 9월에는 5만원대를 웃돌았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을 100%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지난 달 18일 영풍제지가 하한가를 기록하기까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 19일 거래정지 뒤 100%로 뒤늦게 조정했다.
매수자가 결제일까지 미수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증권사에서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하게 된다. 그런데 키움증권의 타 증권사들에 비해 턱 없이 낮았던 증거금률이 간접적으로 시세조종을 촉발했던 셈이다.
키움증권에서는 영풍제지에서 4943억원의 미수금 사태가 발생한 상태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키움증권의 미수금 4943억원 중 이날까지 하한가로 추정 손실액은 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반대매매를 통해서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다. 고객의 변제규모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일부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풍제지 주가와 관련 검찰은 시세 조종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피의자 4명을 지난 달 구속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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