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경제=황성완 기자]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공정 복잡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공장 자동화'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기술은 사람이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설비와 시스템이 생산 공정을 스스로 제어·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는 '에이전틱 AI', '수율 중심 최적화', 초정밀 공정 표준화 등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우고 있으며, 2030년까지 공장 자동화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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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옴니버스' 활용…2030년 공장 자동화 목표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자동화를 단순 효율화 수단이 아닌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공정 전반의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자재 입고부터 생산·출하까지 전 공정에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고, 품질·생산·물류 AI 에이전트를 통해 데이터 기반 분석과 사전 검증을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생산거점 전반의 품질과 생산성을 혁신할 예정이다.
또한 환경안전 분야까지 AI 적용을 확대해 생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사전에 감지하고 사고를 예방함으로써 제조 현장의 안전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사업에서 축적한 AI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갤럭시 S26에서 소개한 ‘에이전틱 AI’를 제조 혁신에도 적용한다. 에이전틱 AI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AI를 말한다. 회사는 AI 에이전트를 통해 생산·설비·수리·물류 전반을 지능화해 현장 자율화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자동화를 넘어 자율화로 전환하기 위해, 제조 전 공정에 휴머노이드형 제조 로봇 도입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산 라인과 설비를 관리하는 오퍼레이팅봇 ▲자재 운반을 담당하는 물류봇 ▲조립 공정을 수행하는 조립봇 등을 AI와 결합해 최적화된 제조현장 등을 구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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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P&T7 공장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는 자동화를 ‘수율 극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확대되면서 미세 공정에서의 불량률 관리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데 따른 전략이다.
이에 따라 공정 자동화와 함께 데이터 기반 미세 조정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공정 편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자동화를 설계하고 있다. 자동화 확대와 함께 공정 엔지니어와 데이터 분석 인력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현실 공간을 가상에 정밀하게 구현하는 제품인 '옴니버스' 기술을 활용해 2030년까지 반도체 제조 현장의 자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AI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공장 스스로 학습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율형 팹(Autonomous FAB)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신규 팹은 건설부터 양산 안정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존 라인 효율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며 "기존 경험 및 룰 기반 자동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30년을 목표로 자율형 팹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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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MC가 공개한 공장 자동화 메뉴얼. [사진=TSMC 홈페이지 캡쳐] |
◆ TSMC, 공정 제어·품질 관리 등 자동화…생산 효율성·안정성 극대화
TSMC는 지능형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공정 제어, 품질 관리, 장비 운영, 물류 전반을 자동화하며 생산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자동화 자재 처리 시스템(AMHS)을 통해 다수의 메가팹을 연결·운영하고, 공정 간 연계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AI 기반 공정 분석과 학습 시스템을 도입해 공정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초정밀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등 첨단 공정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TSMC는 자동화를 ‘정밀도 유지’ 관점에서 접근한다. 첨단 공정일수록 미세한 환경 변화에도 수율이 영향을 받는 만큼, 공정 전반에서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고 동일 조건을 반복 재현하는 ‘표준화 자동화’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TSMC의 전략을 두고 “자동화를 통해 공정 변수를 최소화하고 생산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공장 자동화로 인한 인력 구조 변화 우려도 나와
결국 반도체 산업에서 자동화의 본질은 ‘도입 여부’가 아닌 ‘활용 방식’에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에이전틱 AI 전략, SK하이닉스는 수율 중심 최적화, TSMC는 초정밀 공정 유지를 위한 표준화 전략을 각각 선택하며 차별화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화 수준 자체는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며 “앞으로의 경쟁은 자동화를 얼마나 정교하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장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력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생산 공정이 시스템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기존 생산 인력의 역할 축소와 재배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화가 고도화될수록 단순 반복 작업은 줄어드는 반면, 공정 운영과 설비 관리, 데이터 분석 등 고숙련 인력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생산직 중심 구조가 기술·엔지니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공정은 상당 부분 자동화돼 있지만, 장비 오류 대응과 유지보수, 운영 관리 등 핵심 영역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한 구조”라며 “자동화 확대는 인력 축소보다는 역할 변화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는 기존 생산 인력이 공정 관리나 시스템 운영 등 보다 고도화된 직무로 이동하는 방향의 재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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