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서 대다수 생산, 하반기 반전 주목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글로벌 경기 둔화의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국내 건설기계 제조업체 두산밥캣이 올 1분기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부터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속 ‘관세 무풍지대’라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유럽 시장의 성장세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미국의 정책 변화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의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건설기계 수요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인 실적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전년 동기 대비 상당 폭의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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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이 유럽 최대 건설기계 박람회‘2025 바우마’에서 소형 굴착기에 탑승해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두산그룹] |
KB증권은 최근 두산밥캣의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한 2조 1016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47.2%나 급감한 172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가 두산밥캣의 수익성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두산밥캣의 영업이익 하락세는 이미 지난해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3년 1조 39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두산밥캣은 지난해 8714억원으로 37.7%나 급감하며 그룹 전체 실적에 부담을 안겼다.
모기업인 두산 역시 2024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 38억원으로 전년 대비 30.1% 감소했지만, 자체 사업 실적은 지난해 매출액 1조3771억원으로 전년 대비 23.2% 늘어났다. 건설기계 부문의 부진이 그룹 전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진단된다.
두산밥캣의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것은 유럽 시장의 점진적인 성장 가능성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이라는 외부 변수 때문이다.
특히, 두산밥캣은 미국 시장 판매 제품 대부분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 ‘트럼프발 관세’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있어 경쟁사 대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두산밥캣의 전체 매출에서 북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하며, 핵심 제품들의 북미 시장 점유율 또한 30%로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전체 생산량의 약 67%를 북미 생산기지에서 담당하고 있어, 향후 관세 변동성에 대한 위험 부담이 건설기계 업계 내에서 가장 낮은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관세 무풍’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극적인 실적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시장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으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역시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어 건설기계 수요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1분기의 부진 폭이 예상보다 커 하반기 ‘관세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그래도 관세 효과가 실적 개선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다수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이 하반기에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 유럽 시장의 견고한 성장, 그리고 ‘관세 무풍지대’라는 경쟁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가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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