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프리IPO 당시 4조원에서 네이버 투자 때 2.8조원으로 하락
네이버 협업·3P·풀필먼트·뷰티·美사업 확대…기업가치 재평가에 무게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컬리가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어가면서 기업공개(IPO) 재추진을 위한 체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흑자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5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구조를 안착시키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컬리가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수익성 확보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컬리가 외형 확대와 비용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하면서 기업가치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다만 실적 개선에도 컬리의 상장 시계는 아직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IPO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상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이후 약 4개월이 지났지만 예비심사 청구 등 구체적인 절차는 시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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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컬리가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어가면서 기업공개(IPO) 재추진을 위한 체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흑자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5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구조를 안착시키는 모습이다. [사진=컬리] |
◆ IPO 서두르지 않는 컬리...지속 성장이 우선
14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올해 1분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IPO 재추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상장 준비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김종훈 컬리 경영관리총괄(CFO)은 지난 5월 실적 발표 당시 “IPO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컬리가 IPO 재추진 방침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2023년 1월 상장 절차를 잠정 중단한 이후 약 3년 만이다.
그러나 이후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청구나 구체적인 공모 일정 공개 등 가시적인 후속 절차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지난해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까지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경우 컬리가 비교적 빠르게 IPO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컬리는 상장 자체보다 상장 당시 시장이 평가할 기업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기업 입장에서 IPO는 단순히 자금을 조달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다시 평가받는 과정이다. 특히 컬리처럼 과거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았던 기업은 상장 시점의 몸값이 향후 성장성과 주주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컬리의 경우 2021년 프리IPO 당시 약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후 금리 상승과 투자시장 위축, 이커머스 업황 악화가 겹치면서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크게 낮아졌다.
올해 5월 네이버가 컬리의 33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을 당시 평가된 컬리의 기업가치는 약 2조8000억원 수준이다.
과거 4조원과 비교하면 약 30% 낮은 수준이다. 컬리가 IPO를 통해 과거 수준의 기업가치를 회복하려면 단순한 흑자 전환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수익성을 입증해야 한다.
결국 현재 컬리의 전략은 ‘상장을 늦추는 것’이라기보다 상장 전 기업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것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 6개 분기 연속 흑자…이제는 ‘적자 탈출’보다 ‘수익성 증명’
컬리의 가장 큰 변화는 실적이다.
컬리는 지난해 창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올해 1분기부터 2분기까지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지난해부터 올해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7457억원, 영업이익은 242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도 20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2분기에는 실적 개선 폭이 더욱 커졌다.
컬리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3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991% 급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5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매출은 1조48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16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에 이미 5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확보한 만큼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 매출만 늘린 게 아니다…3P·풀필먼트로 수익 구조 개선
실적 개선의 질도 과거와 달라졌다.
컬리의 올해 2분기 총거래액(GMV)은 1조7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GMV는 약 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7% 늘었다.
핵심 사업인 마켓컬리 거래액은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HMR) 판매 증가에 힘입어 25.7% 성장했다. 뷰티컬리 거래액도 럭셔리와 인디 브랜드의 판매 확대에 힘입어 13.5% 증가했다.
중요한 것은 거래액이 늘어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의 비중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컬리는 기존 직매입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판매자배송상품(3P)과 풀필먼트서비스(FBK) 등 수수료 기반 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3P는 컬리가 상품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입점 판매자의 상품 판매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재고 부담을 줄이면서 수수료를 통해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FBK는 여기에 컬리의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판매자들의 상품 보관·관리·배송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2분기 FBK를 포함한 3P 거래액은 패션·주방용품·인테리어 등 상품군 확대와 물류 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32.1% 증가했다.
이 같은 사업 구조 변화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2분기 매출총이익률은 35.3%로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
직접 상품을 사들여 판매하는 직매입 사업은 거래액을 키우는 데 유리하지만 재고와 물류 부담이 발생한다. 반면 3P와 풀필먼트는 상대적으로 자본 부담을 줄이면서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컬리가 이 같은 사업을 확대하면서 매출 증가가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 물류센터 효율화·충성고객 확대…‘규모의 경제’ 체력 키워
물류 효율화도 흑자 구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컬리는 김포·평택·창원 물류센터를 가동하면서 수도권에 집중됐던 샛별배송 권역을 충청권과 경상권, 호남권 등으로 확대했다.
물류센터를 단순히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시설의 가동률을 높이면서 주문량 증가에 따른 단위당 물류비 절감 효과를 노리고 있다.
거래액이 늘면서 공급사와의 매입 단가 협상력이 높아진 것도 매출총이익률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고정비 성격이 강한 물류 인프라를 더 많은 주문량으로 활용하면 주문 한 건당 발생하는 물류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컬리가 최근 보여주는 수익성 개선은 이 같은 규모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고객 기반 확대도 긍정적이다.
월 1900원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컬리멤버스 가입자는 2024년 초 30만명에서 지난해 말 140만명대로 증가했다.
유료 회원은 일반 고객보다 구매 빈도와 충성도가 높을 가능성이 큰 만큼 안정적인 거래액을 만들어내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결국 컬리는 고객 수 확대 → 거래액 증가 → 물류 효율화 → 매입 협상력 강화 →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네이버와 손잡고 외형 확장…컬리N마트 거래액 10배 성장
네이버와의 전략적 협력 역시 컬리의 IPO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다.
네이버는 지난 5월 컬리가 실시한 33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의 컬리 지분율은 기존 5.08%에서 약 6.2%로 높아졌다.
투자 과정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2조8000억원이다.
컬리 입장에서는 단순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가 있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온라인 유통망과 물류 경쟁력을 동시에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컬리N마트’다.
컬리는 지난해 9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N마트를 선보였다. 네이버가 보유한 대규모 이용자 트래픽과 컬리의 식품 상품 경쟁력 및 새벽배송 역량을 결합한 서비스다.
출시 이후 컬리N마트의 거래액은 초기 대비 약 10배 증가했다.
이는 컬리 자체 플랫폼에서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과 별개로 외부 플랫폼을 통해 신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트래픽과 컬리의 배송 서비스를 결합하면 기존 컬리 고객뿐 아니라 네이버 이용자를 컬리의 잠재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컬리 입장에서는 자체 플랫폼의 성장뿐 아니라 다른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거래액을 확대하는 새로운 성장 방식을 확보한 셈이다.
◆ ‘식품 회사’에서 종합 커머스 플랫폼으로…뷰티·패션·리빙 확대
컬리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서는 식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다변화하느냐도 중요하다.
컬리는 이미 뷰티컬리를 통해 식품 외 카테고리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럭셔리와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뷰티 거래액을 확대하는 동시에 자체 브랜드(PB) ‘듀에라’를 출시했다.
패션과 리빙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패션·리빙 상품은 식품보다 객단가가 높고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상품군이어서 거래액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상품을 3P와 FBK 사업과 결합할 경우 컬리는 상품 판매뿐 아니라 물류 서비스에서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 미국 사업도 본격화…‘K-푸드’ 해외 확장이 기업가치 변수
해외 사업은 컬리의 미래 기업가치를 좌우할 수 있는 최대 시험대 가운데 하나다.
컬리는 지난해 7월 미국 현지 법인 ‘컬리 글로벌’을 설립하고 미국 사업을 본격화했다.
현지 법인은 베타 형태로 운영하던 컬리USA를 중심으로 미국 현지 마케팅과 고객 확보를 담당하고 있다.
컬리USA는 시범 운영 기간 약 30만달러의 매출과 60% 수준의 재구매율을 기록했다.
컬리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단순히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국내에서 검증된 상품 큐레이션과 물류 역량을 해외에서도 사업화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현재 약 7000개 수준인 컬리USA의 취급 상품은 국내 신규 입점 상품과 연계해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물류 측면에서는 국내 평택물류센터를 기반으로 미국 현지 냉동 물류망과 H마트 등 유통 네트워크와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K-푸드와 레스토랑 간편식(RMR)을 중심으로 상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 사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설 경우 컬리의 기업가치에도 새로운 성장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해외사업이 초기 투자비용을 넘어 의미 있는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IPO 과정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 네이버 투자로 2조8000억원 기준점…‘4조원 몸값’ 회복이 관건
컬리의 IPO를 둘러싼 가장 큰 관심사는 결국 기업가치다.
2021년 프리IPO 당시 컬리는 약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률 둔화와 금리 상승, 투자시장 위축으로 시장 평가가 낮아졌다.
올해 네이버 투자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2조8000억원이다.
현재 컬리의 IPO를 논할 때 이 2조8000억원이 일종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컬리가 상장에 나설 경우 시장은 우선 네이버가 투자 당시 인정한 가치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는지를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실적이 중요하다.
상반기 516억원의 영업이익에 이어 하반기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한다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거래액 증가와 3P·FBK 확대, 네이버와의 협업, 뷰티·패션·리빙 사업 성장, 미국 사업의 성과까지 더해진다면 과거보다 안정적인 기업가치 산정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재무 안정성도 개선됐다.
올해 6월 말 기준 컬리의 현금성 자산은 37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외부 투자금을 계속 투입해야 사업을 유지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축적하고 성장에 재투자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IPO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다.
◆ 김슬아 대표 지분·네이버 전략적 투자…IPO 우호 지분도 변수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과거보다 IPO 여건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슬아 컬리 대표의 지분율은 약 5.7% 수준이다. 창업자 지분율이 낮다는 점은 과거 IPO 과정에서 경영권 안정성 측면의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네이버의 지분율이 약 6.2%로 높아지면서 김 대표와 네이버의 합산 지분율은 약 11.9% 수준으로 올라갔다.
특히 네이버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컬리와 커머스·물류 분야에서 실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전략적 파트너다.
네이버와 컬리의 협력 관계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면 네이버의 투자 자체가 컬리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컬리 관계자는 “IPO는 향후 진행을 대비해 최적의 기반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사업의 경우 컬리N마트가 오픈 시점 대비 거래액 약 10배 성장하는 등 잘 되고 있고, 컬리USA는 미국 현지 물류 거점을 마련해 사업에 좀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패션·리빙 중심의 3P와 FBK 사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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