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예산부터 긴축 시동...초고강도 지출 구조조정
공무원 정원·보수 엄격 관리…고등교육 특별회계로 교부금 물꼬
연금 뺀 관리재정수지로 전환...‘재정 비전 2050’ 연내 수립
정부가 재정운용기조를 문재인 정부 5년간 이어진 확장적 재정 기조에서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내로 통제하고, 2027년 국가 채무 비율을 50% 중반대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정건전화 관리 지표는 통합재정수지 대신 나라살림 상태를 알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를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차원에서 당장 내년 예산부터 긴축 모드로 진입하기로 했다. 보조사업 정비 등을 통한 전례 없는 초고강도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공무원 정원과 보수도 엄격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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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안과 새 정부 준칙안 비교. [기획재정부 제공] |
정부는 7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가운데 ‘바로 서는 나라재정! 도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새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4대 재정운용 정책방향으로 ▲국정과제 적극 뒷받침 ▲건전재정 기조 확립 ▲강력한 재정혁신 ▲재정비전 2050 수립·추진를 내세웠다.
이날 회의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곽노정 SK 하이닉스 대표이사, 하정우 네이버 AI(인공지능)랩 연구소장 등 민간·학계 인사 9명도 배석했다.
권 상근고문은 삼성에 몸담은 후 반도체 산업 현장과 경영 일선에서 활동한 33년간의 경험을 담은 저서 '초격차'(2018)로 일반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난 5년간 악화된 재정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민생 현안과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부터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예산만 투입하면 저절로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는 그런 재정만능주의 환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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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새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
윤 대통령은 “공공부문의 자산을 전수조사해 기관의 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자산부터 적정 수준으로 매각·처분해야 한다”며 “공무원의 정원과 보수도 엄격한 기준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재정이 민간과 시장의 영역을 침범하고 성장을 제약하지 않았는지 이른바 ‘구축 효과’가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면밀하게 살펴볼 때가 됐다”며 “정부는 성역 없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으로 혈세가 허투루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절약한 재원은 꼭 필요한 데 써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이 어려운 경제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을 긴축해 조성된 자금으로 이분들을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된 재원은 사회적 약자 지원에 사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아울러 “초격차 전략기술의 육성, 미래산업 핵심인재 양성과 같이 국가의 미래 먹거리와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사업에는 과감하게 돈을 써야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동시에 윤 대통령은 공공부문 긴축을 통한 사회적 약자 지원, 국가의 미래 먹거리와 성장 동력 발굴, 병사 봉급 인상,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이에 토론 참여자들도 고강도 재정개혁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고, 동시에 새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 민생경제 안정, 취약계층 보호 등 재정이 해야 할 일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회의는 국무위원뿐만 아니라 기업인·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정책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토대로 현실성 있는 재정 정책이 논의됐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새 정부 5년간 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내년 예산안과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도 이 회의 논의를 토대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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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채무 추이. [기획재정부 제공] |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유지됐던 확장재정 기조를 건전 재정 기조로 전환하기로 했다. 민간 주도로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뒷받침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재정을 긴축 기조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연말 기준 -5.1%로 예상되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수준을 -3.0% 이내로 감축하기로 했다.
재정수지는 세입과 세출의 격차로 나라살림 현황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재정수지 적자 수준을 현재(매년 약 100조원) 대비 약 2분의1 수준, 즉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연말 기준 49.7%인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대 중반에서 통제하기로 했다. 지난 5년간 국가채무 비율 증가 폭인 14.1%포인트의 약 3분의 1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재정준칙은 보다 ‘단순하고 엄격하게’ 개편하기로 했다. 복잡한 곱셈식 방식이 아닌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이해하기 쉬운 수지·재무준칙 기준으로 설정한다. 또, 재정수지 기준 지표를 통합재정수지보다 더 엄격한 관리재정수지로 바꾸기로 했다.
올해 GDP대비 –5% 수준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 이내로 통제하기로 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으로,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3% 이내는 코로나19 이전 우리나라의 재정수지와 주요 선진국의 재정건전성 관리 기준을 고려해 설정한 목표다. 단 국가채무가 60%를 초과하면 관리재정수지 목표는 더 강해진다.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 50.1%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7년까지 50%대 중반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는 국가채무비율 상승 폭을 지난 5년간 상승 폭(14.1%포인트)의 3분의 1 수준으로 통제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같은 준칙 한도를 법률에 명시해 높은 수준의 구속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공청회 등을 통해 구체적인 재정준칙안은 오는 9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가재정법 개정 이전이라도 이같은 재정준칙을 고려해 내년 예산안을 편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코로나19 한시지출을 정상화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재량지출뿐 아니라 의무지출, 계약에 따른 경직성 지출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한다.
정부는 매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재정준칙의 준수 여부를 따진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예외적인 상황에 따라 준칙을 어기면 다음연도엔 재정건전화 계획에 따라 준칙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강력한 재정 혁신의 일환으로 교육교부금도 개편한다. 학생 수 감소 등 교육환경 변화에도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 등이 고정돼 비판을 받는 교육재정교부금도 개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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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7일 열린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학생 수 감소 등 교육환경 변화를 고려해 정부가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만들어 초·중·고교에 투자했던 재원 일부를 대학과 평생교육 부문에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픽=연합뉴스] |
교부금 중 교육세를 활용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반도체 같은 미래핵심 분야 인재 양성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내년 예산안 편성시 민생경제 어려움 등을 감안해 솔선수범 차원에서 공무원 정원·보수도 엄격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동결 또는 최소한의 인상·확대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중복, 관행적으로 지속된 민간보조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민간투자 활성화, 국유재산 활용 확대 등 재정 외(外)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재정부담을 줄이고, 민간의 역동적 혁신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도록 민간과의 중복을 최소화하는 등 역할 재정립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책금융의 경우 직접 융자사업을 민간금융을 활용하는 이차보전 사업으로 전환해 지출규모는 줄이고 수혜 규모는 유지·확대한다. 연구개발(R&D)의 경우 선(先)민간투자-후(後)정부지원 방식의 민간주도형 예비창업지원 프로그램인 TIPS 확대 등을 통해 민간참여를 촉진하고 융합·협업 연구확대 등 성과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30년 뒤를 겨냥한 재정운용 계획인 ‘재정비전 2050’도 연내에 만든다.
‘재정비전 2050’에는 탄소중립, 세계 최고령 국가 진입, GDP대비 국가채무비율 100% 육박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할 구조적 문제해결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목표로 중장기적으로 과감한 개혁과제 발굴과 추진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정부는 2050년을 목표로 하되 국가간 첨단기술 경쟁 심화, 인구감소 등 앞으로 10년 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골든타임인 과제들을 중점적으로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민관합동으로 민간의 시각을 접목해서 개혁과제를 마련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은 ‘소액 나눠주기식 양적지원 정책’에서 ‘민간·시장 중심의 재정전략’으로 바꾼다.
이를 위해 정부 주도의 보호에서 시장의 수요에 대응한 현장 적시 지원 방향으로 정책자금을 리포지셔닝하고 성과창출형 R&D 도입을 확대한다. 또 선(先)민간투자 후(後)정부지원의 민간주도 재정지원 방식을 강화‧확대하고, 모태펀드의 시장성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국가경쟁력을 선도하는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 핵심규제 혁파, 고등교육 재정지원 효율화, 대학 자구노력 지원 등도 추진한다.
첨단 분야 신·증설을 위해 정원 기준을 완화하고 학과·전공 간 칸막이를 낮추는 등 학사구조를 유연화하고 경직적 교원 자격기준도 완화할 방침이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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