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넘어 추가 제재·내부통제 논란 확산…공급망 전반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부상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SK오션플랜트가 '하도급 계약서 미발급'을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제재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에서도 패소하면서, 법적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법원은 특히 “발주서만으로는 계약서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으면서, 조선·플랜트 업계 전반의 하도급 관행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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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챗GPT4] |
앞서 19일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SK오션플랜트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달 12일 선고에서 공정위의 처분이 적법하다며, 회사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공정위는 2024년 12월 SK오션플랜트가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약 4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양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회사 측은 이에 반발해 문제가 된 작업은 기존 계약 범위 내에서 이뤄진 소규모 추가 공사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로는 회사는 2019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년여 동안 수급 사업자 44곳에 선박 부품 제작 및 관련 작업을 위탁하는 과정에서 총 421건의 거래에 대해 계약서를 사전에 발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일부는 계약서 대신 발주서만 발급하거나, 추가 공사라는 이유로 별도 서면 없이 작업을 진행한 사례도 포함됐다.
SK오션플랜트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문제가 된 작업은 기존 계약 범위 내에서 이뤄진 소규모 추가 공사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당시 내부 지침상 사후 정산이 허용됐고, 발주서만으로도 계약 내용이 충분히 특정될 수 있는 만큼 하도급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맞섰다. 아울러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도 일부 오류가 있었다며 처분 취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수급 사업자의 서명이나 날인이 없는 발주서만을 교부한 행위 자체가 하도급법상 서면 미발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문서가 존재하는지를 넘어 계약 당사자의 의사 확인과 권리 보호가 가능한 형식인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하도급 계약서의 본질적 기능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계약서를 통해 수급 사업자는 거래 조건에 대해 의견을 반영할 기회를 갖게 되는데, 발주서만으로 작업이 시작될 경우 이러한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며 “사전 서면 발급 의무는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과 불이익을 예방하기 위한 핵심 장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액·단순 공사’라는 회사 측의 주장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작업 규모가 작거나 금액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서면 발급 의무를 면제할 수는 없다”며 “예외를 인정하려면 해당 거래가 경미하고 반복적인 추가 작업이라는 점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입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징금 규모 역시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반 대상 수급 사업자가 48곳에 달하는 점 ▲위반 건수가 400건을 넘는 점 ▲관련 하도급 대금 규모가 약 70억 원에 이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정위의 처분이 과도하거나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법적 분쟁을 넘어, 산업 전반의 하도급 거래 관행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업계는 해석한다.
조선·플랜트 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발주서 중심의 거래가 일부 유지돼 왔으나, 법원이 이를 명확히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향후 계약 체결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특히 ESG 경영과 공정거래 준수가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하도급 관리 체계의 투명성과 문서화 수준이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SK오션플랜트는 해당 사안이 현재의 경영 체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 측은 “문제가 된 행위는 SK그룹 편입 이전인 삼강엠앤티 시절 발생한 것”이라며 “2022년 9월 편입 이후에는 준법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 동일한 위반 사례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과징금 취소 소송 패소로 ▲향후 재무적 부담이나 추가 제재 가능성과 함께 단순 과징금 납부로 끝나는 건지, 추가 행정처분(입찰 제한 등) 가능성 ▲‘서면 발급 의무 누락’이 내부통제 시스템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에 대한 궁금점에 대해 회사 측으로부터 아직 답변을 못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기업 계열사뿐 아니라 중견·중소 협력업체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반에서 계약 체계 정비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본다"며 “하도급 계약의 ‘사전 서면화’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기업들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법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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