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시 달 탐사선 보낸 세계 7번째 국가 돼...우주강국 “우뚝”
‘탄도형 달 전이방식'으로 달 궤도 진입...연료 소모량 줄이고 임무기간 늘려
달궤도 도착 12월16일·임무궤도 진입 12월31일...내년부터 임무수행
우주인터넷 장비 활용 심우주탐사용 우주 인터넷시험 세계 최초 시도
누리호 성공에 이어 이번에는 달 탐사선 ‘다누리’가 대한민국의 꿈을 안고 달을 향한 5개월여의 여정에 나섰다. 다누리 발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1992년 하늘로 올라간 이후 30년 만에 지구를 넘어 또다른 천체를 바라보며 더 웅대한 꿈을 품게 됐다.
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가 5일 오전 8시 8분(미국 동부시간 4일 오후 7시 8분)께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40번 발사대에서 우주로 향하는 성공적인 발사과정을 마쳤다.
![]() |
▲ 5일 오전 8시 8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미우주군기지 40번 발사장에서 다누리를 탑재한 팰컨9 발사체가 발사됐다.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네버럴=공동취재기자단/연합뉴스] |
다누리를 실은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사의 팰콘9 발사체는 발사 40여분 간에 걸쳐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등을 마치고 다누리를 우주공간에 도달시켰다. 발사 후 초기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스페이스X는 다누리가 실린 팰컨 9 발사체를 하늘로 쏘아 올리는 모습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지난 6월 21일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으로 세계 7번째 자력 위성 발사국이 된 대한민국은 앞으로 남은 까다로운 항행 과정을 모두 마치고 다누리가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달 탐사선을 보내는 세계 7번째 나라로 우뚝 선다.
달 탐사 궤도선을 보내는 것은 단순히 지구와 달 사이의 물리적 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심우주 탐사’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우주강국의 반열에 성큼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주탐사가 지구 궤도를 벗어나 일종의 ‘우주 영토’를 갖게 된다는 의미도 지닌다.
지금까지 달 궤도선이나 달 착륙선 등 달 탐사선을 보낸 나라는 러시아, 미국, 일본, 유럽, 중국, 인도 등 6개국 뿐이다.
![]() |
▲ 다누리가 스페이스X사의 팰콘9 발사체 2단 분리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KBS 1TV 방송영상 캡처] |
이날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는 케이프커내버럴의 우주군 기지 40번 발사대에서 우주로 쏘아올려진 뒤 발사 2분 40초 이후 1·2단 분리, 3분 13초 이후 페어링 분리가 이뤄졌다. 이어 발사 40분 25초 이후 발사체 2단에서 다누리가 분리돼 우주 공간에 놓였음을 알렸다.
이같은 예정된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발사 후 40분 만에 다누리가 화면에 모습을 보이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에서 발사과정을 지켜본 연구진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다누리가 2단에서 분리돼 달을 향한 독자적인 첫 향해에 나선 곳은 지구 표면에서 약 1656㎞ 떨어진 지점이다. 다누리는 이 때부터 탑재컴퓨터의 자동 프로그램이 작동해 태양전지판을 펼치면서 정해진 궤적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다누리는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지상국과의 첫 교신에 성공했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혔다. 첫 교신은 호주 캔버라의 안테나를 통해 이뤄졌다.
![]() |
▲ 5일 오전 8시 8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미우주군기지 40번 발사장에서 다누리를 탑재한 팰컨-9 발사체가 발사됐다.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네버럴=공동취재기자단/연합뉴스] |
다누리는 달 궤도 진입에 최종 안착하면 2023년 1년간 달 상공 100㎞를 하루 12회 공전하며 달 착륙 후보지 탐색, 자기장·감마선 측정 등 달 과학연구와 우주 인터넷 기술 검증 등 과학 임무를 수행한다.
이같은 임무를 띤 다누리는 지구에서 약 38만km 떨어진 달로 곧장 날아가지 않고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Ballistic Lunar Transfer) 궤적으로 달 궤도까지 향한다. 일단 태양 쪽의 먼 우주로 가서 최대 156만km까지 거리를 벌렸다가, 나비 모양, 혹은 '∞' 꼴의 궤적을 그리면서 다시 지구 쪽으로 돌아와서 달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태양을 향해 쏘아올려진 다누리는 로켓에서 분리될 때 받은 추진력과 그에 따른 운동량에 힘입어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L1 지점(지구와 150만㎞ 거리) 근처까지 날아간다.
계획대로 이 탄도형 달 전이방식 궤도에 진입했는지 연구진이 판단하려면 발사 후 2∼3시간이 지나야 한다. 즉 오전 10∼11시께에야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하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진이 판단한 결과를 토대로 이날 오후 2시께 언론브리핑을 통해 다누리의 궤적 진입 성공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 |
▲ 5일 오전 8시 8분 대전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직원들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한국형 달궤도선 다누리의 힘찬 비상을 지켜보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
연구진은 다누리가 궤적 진입에 성공한 뒤에도 이 궤적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약 5개동안에 거쳐 오차 보정을 위한 까다로운 궤적 보정 기동을 여러 차례 수행해야 한다.
다누리는 12월 16일에서야 달 주변을 도는 궤도에 들어서며, 이후 약 보름간 다섯 차례의 감속기동을 거쳐 조금씩 달에 접근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모두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올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목표 궤도인 달 상공 100㎞에 진입한 뒤 내년부터 임무 수행을 시작하게 된다. 비로소 달 탐사선 첫 발사의 ‘성공’이 확인된다.
목표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 다누리는 달의 극지방을 지나는 원궤도를 따라 돌면서 탑재한 6종의 과학장비로 달을 관찰할 예정이다.
이 중 5종의 과학장비는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고, 1종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장비다.
![]() |
▲ 한국 첫 달 탐사선 '다누리' 제원 및 항행 과정. [그래픽=연합뉴스] |
탑재체 중 우주인터넷 장비를 활용한 심우주 탐사용 우주 인터넷시험(DTN, Delay/Disruption Tolerant Network)이 세계 최초로 시도된다. 연구진은 달궤도와 지구 상에 있는 우주인터넷 노드 사이에서 메시지와 파일을 전송하고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할 예정이다.
이 스트리밍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홍보영상, DTN 기술 설명 영상을 비롯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 등 파일을 재생해 지구로 전송하는 시험이 이뤄진다.
또, NASA가 개발한 과학 장비인 '섀도캠'(ShadowCam)도 다누리에 탑재돼 있다. 이 장비는 2025년까지 달의 남극에 여성을 포함한 우주인들을 착륙시킨 뒤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겠다는 미국의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을 위한 일환이다.
다누리에 달린 섀도캠은 해상도 약 1.7m의 카메라를 이용해 달 남북극 지역의 영구 음영지역을 고정밀 촬영하면서 얼음 등 다양한 물질의 존재 여부를 파악할 계획이다.
다누리 달 전이 과정과 달 궤도 임무 수행은 항우연 임무운영센터가 관제한다.
임무운영센터는 다누리 초기운영 관제를 위해 약 60명의 운영 인원이 참여한 가운데 6번, 216시간에 걸쳐 총연습하며 임무 수행을 준비해 왔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